“재고관리 걱정마세요”…배송까지 알아서 ‘척척’

‘무게 센서 디바이스’ 개발…㈜트라이포드랩 이정윤 대표 

 

“구매자가 필요한 양만큼, 필요한 시점에 미리 배송받을 수 있도록 공급사와 구매사 간 연결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복잡했던 유통단계를 줄여 공급사에 최대한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도록 하자는 저희 비즈니스 모델 원칙에 부합합니다. 결과적으로 공급사, 구매사, 개발사 모두 윈-윈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 기술 기반의 재고관리 시스템인 얼리버리(Earlivery)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트라이포드랩의 이정윤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힘줘 말했다. 재고를 자동으로 관리해 주는 서비스가 유통 생태계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그는 “우리는 공급사와 구매사가 재고관리를 가장 편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주고 있다”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에서 만든 제품이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해외로 더 쉽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연결하는 창구가 되고 싶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재고관리, 좀 더 투명하게 할 수는 없을까?”

이정윤 대표가 창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그가 직장인 시절 겪었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소재분야 기업의 구매팀에서 일했던 그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재고관리였다고 한다. 

이 대표는 “현장과 회사 프로그램의 재고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아무래도 현장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다 보니 데이터가 틀린 경우가 많았다”며, “결국 과잉 발주 혹은 부족 발주 등의 사태가 일어났고, 이때마다 책임소재를 따지는 공급사와 현장 사이에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믿을 수 있는 ‘투명한 재고 데이터’가 절실했다고 한다. 관련 공부를 하다 보니 미국의 대형마트에서 운영하는 VIM(Vendor Managed Inventory, 공급자 재고관리)라는 서비스에 대해 깊이 있게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마트에 들어가는 제품이 워낙 많다 보니 일부 품목은 공급사가 직접 재고관리를 하면서 마트에 보충하는 형태로 공급망을 운영하고 있었다”며, “이 형태를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우리 시장을 살펴봤더니 우리 역시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인력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즉, 사람이 직접 확인한 후, 재고가 부족하면 보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던 것이다. 여전히 시장에서는 인력의 힘을 빌려 쓰고 있다. 국내의 대형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는 회사를 예로 들자면, 마트별로 갖고 있는 ERP 시스템의 계정을 받아 각각 로그인해 들어간 다음 재고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즉, A사가 B마트에 물건을 납품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A사에서 ‘재고가 필요할 것 같은데 발주 처리해도 될까요?’ 물으면, B사에서 다시 한번 확인한 다음 발주를 받는 형태다.

이에 이정윤 대표는 현장에서 설정한 재고 데이터 아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구매자와 발주자에게 동시에 알람이 가도록 설계한 ‘무게 센서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그는 “사실 이미 일본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서비스가 있어서 일본의 업체에서 하드웨어를 공급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다 2019년도에 일본 제품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일면서 계획이 틀어졌다”며, “맨땅에 헤딩 식으로 예비창업패키지로 받았던 지원금으로 시제품 개발부터 시작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제조·구매자 바로 연결…신속·정확한 재고관리

이정윤 대표는 낮에는 직장인으로, 밤에는 제품 검증을 하는 생활을 2년간 지속했다. 이후, 2021년 8월에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제품 개발이 완료되자 대기업에서도 문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대응할 역량이 부족해 현장 도입까지 이어지기는 힘들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전공이 컴퓨터공학이라서 홍보 페이지를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 그랬더니 그걸 보고 바이오, 제지 회사를 비롯해 가루를 다루는 소재업체 등 많은 기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던 이유는 현장에서 많은 사람이 겪었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해 줄 수 있던 기술에 있었다. 특히, 업체별·제품별로 재고관리를 할 수 있는 솔루션 능력이 트라이포드랩의 강점이다. 

무게뿐만 아니라 바코드,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전자태그), 이미지 센서 등 재고관리가 가능한 형태의 디바이스를 통해 우선 재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제조사(공급사)와 구매사에 공유해 재고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병목현상 없이 필요한 시점에 배송까지 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이다.

이 대표는 “재고가 차감이 되거나 입고될 때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발주 처리까지 다 일어난다”며, “이를 통해 재고관리 체계가 없는 업체들에 재고관리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다. 가루, 액체류 등 형태가 비정형적인 제품은 우리가 개발한 무게 센서 디바이스를, 나머지는 물건이 나갈 때마다 차감이 일어나는 방식의 바코드, RFID, 이미지 센서 등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韓中日 잇는 모델…중소업체 해외진출 발판될 것

트라이포드랩의 사업모델은 제조사와 구매사를 직접 연결해 주기 때문에 특히 중소 제조사의 판로 개척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정윤 대표는 “우리는 물건을 납품하는 공급사 쪽에서 솔루션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다. 대신, 공급사는 중간에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판로 개척을 할 수 있어 비용을 저감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구매사 역시 재고관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즉, 공급사, 구매사 모두에게 윈-윈인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도 “제조사-유통사-구매사 모델이 쓸모없다는 말은 아니다. 유통사는 창고를 가지고 있고, 일괄로 배송해 주는 편의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구매사에 일괄 배송의 필요가 있다면 물류창고에서 배송이 가능하도록 연결도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게 센서 디바이스를 통한 재고관리 역시 기업의 여건과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할 수 있다. 이정윤 대표에 따르면, 재고관리 시 모든 제품을 다 무인화할 필요는 없다. 이에 필요한 수량만큼 무게 센서 디바이스를 도입하면 된다. 이에 예산에 예민한 중소기업의 허들을 낮췄다는 점도 강점이다. 

현재 호텔·모텔 등 숙박업소, 산후조리원, 반려동물 카페, 무인 편의점을 비롯해 제약회사, 커피 공장, 샐러드 공장 등 다양한 곳에서 트라이포드랩의 시스템을 이용하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오고 있고, 몇몇 기업과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공장에서 가루원료 관리용으로 트라이포드랩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오는 등 국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만큼 기업 전망도 밝다.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세일즈를 시작했지만, 이 모든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올해 3억원~4억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내년 말에는 15억원~20억원으로 훌쩍 뛸 것으로 이 대표는 내다봤다. 

이정윤 대표는 트라이포드랩이 중소업체의 해외 진출을 돕는 발판이 되기를 희망했다. 실제로 트라이포드랩은 내년에 중국에 크로스보더(Crossborder) 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그는 “한국, 중국, 일본을 하나로 잇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 회사명도 삼발이를 뜻하는 트라이포드로 지었다”며, “우리 솔루션을 기반으로 서로 간에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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