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는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 경영상 이유로 해고된 근로자를 우선 재고용해야한다. 사용자에게 우선 재고용 노력이 아닌 이행 의무를 부과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우선 재고용의무 위반’하면, 사용자는 임금 상당액 손해배상 의무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로 해고된 근로자에게 고용계약 체결의사를 묻지 않고 제3자를 채용했다면,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이 정한 ‘우선 재고용의무’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는 사회복지법인 상대로 정리해고자가 우선 재고용의무 이행을 청구한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고용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제3자를 채용해 우선 재고용의무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20.11.26. 선고, 2016다13437).

사용자는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 경영상 이유로 해고된 근로자를 우선 재고용해야한다(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 과거에는 우선 재고용 노력 의무만 있었는데, 2007년 1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사용자에게 우선 재고용 노력이 아닌 이행 의무를 부과했다.

정리해고자를 법률 규정으로 우선 재고용하도록 한 취지는 간단하다.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사용자의 경영상 판단에 따라 해고라는 불이익을 받은 근로자에게, 사용자가 보상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근기법 제25조 제1항, 고용의무 이행을 구할 사법상 청구권

사용자 보상책임에 대해 이 사건 초심은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해 고용의무 이행을 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청구권을 갖는다”고 판단했다(인천지법 2014.09.25. 선고, 2013가합 17168).

초심 판결은 정리해고된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우선 재고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건을 설시했는데 ▲경영상 해고를 한 날부터 ‘3년 이내’ 채용이고 ▲해고근로자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해야하고 ▲해고근로자가 반대의사를 표시하거나, 고용계약을 체결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한다.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해고근로자를 우선 재고용할 의무가 있음에도 사용자가 우선 재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해고근로자는 사용자를 상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수 있다.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자와 해고근로자 사이에는 고용관계가 성립한다. 따라서 해고근로자는 우선 재고용의무가 발생한 때부터 판결에 따라 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사건의 경위=
피고는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재단법인이다. 원고는 장애인복지시설에서 2004년 2월부터 생활부업무 생활재활교사로 근무했던 근로자다. 원고는 2010년 6월1일 동료근로자 1명과 함께 경영상 이유로 해고됐다.

이후 피고법인은 2010년 12월 사무행정업무 생활재활교사를 새로 채용하고, 2011년 7월1일에도 사무행정업무 생활재활교사를 채용했다. 2011년 8월1일, 9월1일 각각 사무행정업무 생활재활교사를 채용했다. 이어 2011년 10월1일, 11월1일 또 2012년 2월1일 그리고 2013년 4월1일, 5월1일에는 생활부업무 생활재활교사를 채용했다.

2010년 6월1일 생활부업무 교사 정리해고 이후 피고법인의 신규 교사 채용상황을 정리하면, 2011년 9월까지 4명의 사무행정업무 교사를 채용했다. 같은 해 10월부터 원고가 정리해고 직전까지 수행했던 ‘동일한 업무(명칭)’ 생활부업무 교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피고법인은 2010년 12월 생활부업무 교사를 채용한 이후 계속된 유사·동종 업무 교사를 채용하면서, 원고에게 채용사실을 통보해 고용계약 체결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정리해고 이후 원고의 주소나 연락처가 변경돼 피고법인이 연락을 취하기 어려웠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었다. 또 원고가 고용계약을 체결하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피고법인에게 원고와 고용계약을 체결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도 없었다.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법인의 우선 재고용의무가 어느 시점부터 발생하는가이다. 이 사건 초심 판결은 “원고가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받는 신규 채용절차에 앞서 재고용 우선권을 갖는 피고에게 개별적 통지의 방식으로 채용절차를 고지하고, 이에 관한 의사를 확인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초심 재판부는 2명의 사무행정업무 교사 신규채용이 이루어진 2011년 7월1일 우선적으로 고용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이 시점부터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때까지 고용의무를 이행했더라면 근로자가 받았을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원심인 서울고법(서울고법 2016.02.05. 선고, 2014나50038)은 “피고가 원고에게 개별적 통지의 방식으로 채용절차를 고지하고, 이에 관한 의사를 확인하여야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며 “원고가 재단에 재고용을 원한다는 뜻을 표시하고 나서 재단이 신규채용을 한 때부터 우선 재고용의무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르면, 원고가 피고법인에게 자신을 채용해 달라고 요청한 시점인 2013년 4월1일 이후 우선 재고용의무가 발생한다. 결국 우선 재고용의무 위반에 따른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은 2013년 4월1일부터 청구 가능하다.

대법원의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재고용의무에 대해 초심 판결과 같이 “개별적 통지의 방식으로 채용절차를 고지하고 이에 관한 의사를 확인하여야한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원심이 정한 의무이행 시점을 앞당겼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원고가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생활부업무 생활재활교사 업무에 근로자를 2명째 채용한 2011년 11월1일 무렵에는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우선 재고용의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판결의 의의=
2007년 근로기준법이 경영상 해고 이후 사용자의 우선 재고용의무를 규정한 이래 노동현장에서는,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의 성격과 그 요건에 대해 이 사건의 초심 판결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경영상 이유로 해고된 근로자에 대한 우선 재고용의무를 규정한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해고근로자가 재고용을 요구하는 것이 사법상 청구권임을 확인해줬다. 아울러 사용자에게 해고근로자의 재고용 의사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도록 주문한 초심의 판단을 지지해, 해고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다만 대법원 판결이 이 사건 초심 판결과 달리 재고용 의무이행 시점에 대해 기계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사건 초심판결은 재고용 의무이행 시점을 원고 포함 2명의 근로자를 해고하고, 피고가 새롭게 생활재활교사를 2명째 채용한 2011년 7월1일로 봤다. 이는 업무의 동일성과 관련해 재고용의무가 인정되는 근로자의 범위를 대법원보다 넓게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인 생활부업무와 행정사무업무를 상이한 업무로 판단했다.

하지만 초심 판결은 “이를 넓게 인정하는 경우 사용자로서도 재고용 적격자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게 된다”는 점을 들어 “이 사건 규정상의 채용대상 업무와 해고 당시 근로자의 업무가 그 주된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수준의 직업능력·자격을 요하는 경우 동일한 업무”라고 해석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