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부동산 개발 사업성을 근거로 대출)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월 초에는 연이어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미분양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파가 어디까지 확산될 지가 관건이다.
지난 3월 초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정책금융기관, 금융회사 등과 함께 회사채·단기금융시장 및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부동산 PF 시장이 과거 위기와 비교할 때 아직은 전체 시스템 리스크로 보기는 어렵지만, 업종·지역 등 국지적으로 리스크와 어려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부동산 시장 내 불안심리가 완화되고 있지만 부동산 PF 부실은 경제·금융 등 여러 부문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고,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어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부동산 PF 리스크가 건설사·부동산신탁사로 파급되지 않도록 건설사 등에 대해 정책금융 공급규모를 28.4조원으로 확대하고, 부동산신탁사의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 단위로 대출현황, 사업진행상황 등을 통합점검하고, 이상징후에 대한 신속보고체계를 구축해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와 별도로 금감원은 저축은행중앙회 및 저축은행업계와 논의 끝에 저축은행 PF대출 자율협약을 개정키로 했다.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정상사업장에 대해 부실화 이전에 신속한 자금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 지원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내용이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3월 들어 부동산 PF 관리대책을 잇따라 내놓은 가장 큰 이유는 미분양의 확산이다. 부동산 시장가격이 급락하지 않고 있지만, 미분양 확산이 확실시되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부동산 가격 급락 대신 거래 경색 국면=부동산 PF 위기를 체감하기 힘든 이유가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고 있지만, 우려와 달리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3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KB 부동산 보고서’는 “매수 심리위축으로 인한 주택가격 조정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국내 주택금융 규제수준을 감안하면 주택담보대출 부실위험은 구조적으로 높지 않으며, 주택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에 있다.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LTV는 최대 100%였고, 영국(80~100%)과 홍콩(70%대 등) 등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50% 수준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주택 경기침체에도 가계부실이나 주택 보유자의 주택 처분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현재는 당시보다도 LTV가 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금융 규제강화 결과, 현재 국내 가구의 LTV는 평균 38.7%(2022년 1분기 기준,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LTV 40% 이하인 가구가 58.4%로 절반 이상이며, 70%를 넘는 가구는 1%에 불과하다. 비은행권은 LTV 70%를 넘는 가구가 15.1%로 은행권에 비해 높으나, 80% 이상은 0.6%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최근 금리상승과 대출부담 등이 주택시장에서 급매물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의 거래 위축은 주택 보유자가 가격을 급격하게 낮추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미분양 급증시 금융권 리스크 확대”=그러나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최근 주택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2022년 청약 경쟁률은 전국 7대1, 서울 10대1로 하락한 점이 대표적이다. 또, 신규 분양아파트에 대한 청약수요가 감소하면서 2022년 들어 미분양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앞선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2월 현재 전체 미분양 물량은 약 6.8만호로, 과거 적체시기와 비교할 때 심각한 수준은 아니나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의 82%가 비수도권 지역인 대구(1만3445호)와 경북(7674호)에 집중돼 있다. 대구의 경우 2021년 하반기부터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청약 미달사태가 속출하는 미분양 이슈와 함께 관련 부동산 PF 부실에 대한 우려도 부각되고 있다.
과거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시기는 1990년대 중반 주택건설 200만호 공급 직후,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 차례였다. 특히 금융위기 당시 역대 최고치인 16만5000호를 기록하며 PF 부실이 확대된 바 있다.
보고서는 “미분양은 주택 경기침체기마다 크게 증가했는데, 최근 주택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과거 침체기 수준까지 물량이 적체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하고 있다”고 했다. 또, “현재 미분양 물량은 지난 2015~2018년 수준”이라며, “최근 주택시장이 조정기에 진입하면서 미분양 물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그 중 절반 이상(74%)이 실거주자 수요가 가장 많은 60~85㎡ 규모로 상대적인 리스크는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만약 금융위기처럼 전국 미분양 물량이 급증할 경우, 건설사 자금난이 본격화되면서 자금을 지원한 금융권으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으므로 미분양 증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각종 대책을 발표하는 데 대해서도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 대책을 검토해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도록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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