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ESG는 투명한 균형잡힌 지배구조가 필수

“ESG 보고서 발행 자체와 이미지 홍보에만 치중”…ESG 공시 미흡 

 

올해도 어김없이 3월 중순~하순으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 대한민국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주총회가 이어졌다삼성전자는 이번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 대상 우편 안내를 실시하지 않고 모두 전자공고로 대체했는데그 사유는 흥미롭게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였다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약 3500만 장의 종이를 절감할 수 있으며, 30년산 원목 약 3000그루를 보호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마침 필자가 속한 참여연대는 민변민주노총 변호사들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의 ESG 보고서(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지배구조보고서)를 읽고 분석하던 차였는데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IT기업인 삼성전자가 환경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소액주주에게 주총 안내장을 보내지 않은 것을 보며삼성 계열사의 ESG 경영이 일종의 모순으로 점철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선택이 아닌 필수적 요소가 되고 있는 ESG=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이며이 용어가 처음으로 쓰인 것은 2004년 UN 글로벌콤팩트의 문건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사실 2010년 이전까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자본의 관점에서 받아들인 주요 개념은 ‘(사업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으로 통용됐고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사회책임투자(SRI, Social Responsible Investment) 정도로 이해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자본 역시도 지속가능한 시장경제 체제 구축에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됐고여러 개념적인 논쟁이 있기는 해도 ESG가 금융자본 주도의 투자 원칙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만큼은 큰 이견이 없을 것 같다실제 ESG와 관련해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집단은 산업자본이 아닌 금융자본이며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CEO 래리핑크는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언급한 인사 중 한명이다.

 

따라서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적 책임 준수에 가까운 CSR 개념에 비해 ESG는 선택의 영역을 넘어 필수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하다왜냐하면 어느 기업이든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특히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화 된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상시적인 혁신과 투자가 필수적인데자금줄을 쥔 금융자본이 요구하는 ESG 기준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럽연합(EU) 의회와 소속 국가의 정부들은 역내 기업들로 하여금 공급망 사슬 내 거래 상대방에 대해서도 ESG 경영을 요구하도록 하고 실사도 의무화하는 규범을 채택하고 있으며그에 따라 EU의 대기업들도 이를 수용해 거래 상대방에게 ESG 원칙 준수를 거래 조건으로 내세우는 추세이기도 하다미국의 투자기관들 역시 투자관련 의사결정에 있어 ESG 요소를 통합해 판단하는 ESG 통합(ESG integration) 투자방식을 취하고 있다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ESG를 사업에 반영하는 것은 자명한 원칙이 되어가고 있다.

 

삼성의 ESG 공시를 보니 미흡한 점 많다=삼성그룹은 매출 합계액이 국내총생산의 약 20%에 이르고삼성전자 1개 회사의 매출액만 국내총생산의 13.5%에 달할 정도로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삼성은 경제적으로는 한국 재벌구조의 정점에 있으면서경제외적으로도 삼성공화국이라는 말로 대변되듯 한국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회사다즉 삼성은 대한민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이라는 빛과 정경유착기업비리산업재해노동탄압 등 어둠을 모두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집단이므로삼성의 ESG 준수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 기업 전반의 ESG 현주소를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연대가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의 ESG 보고서와 주요 공시자료, K-ESG 가이드라인과 해외 저널을 참고해 살펴 본 결과삼성의 ESG 경영은 “‘ESG 보고서를 작성해 발행하는 일 자체와 긍정적 이미지 홍보에만 치중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환경(E) 영역에서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등이 환경법규 위반으로 환경부의 녹색기업’ 지정이 취소되기도 했고가치사슬에 관련된 온실가스배출량 공시를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등 기업이미지에 불리한 부분은 선택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는데이러한 불투명한 공시는 투자자의 ESG 투자 결정에 있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회(S)와 관련해도 회사의 방침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반면법률위반으로 처벌받거나 사회적 쟁점이 된 이슈를 대하는 입장이나 해결방안 제시에 있어서는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예를 들어 삼성은 ESG 보고서를 통해 장애인 친화적인 기업문화와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정작 장애인고용비율은 법정 의무고용비율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며삼성전자는 우리나라에서 벌금 성격의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가장 많이 납부한 기업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각종 직업병부당노동행위 등 전례를 해결하고, ESG 경영 검증에 있어 대표적인 이해관계자인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보지 않은 점 역시 지적할만한 사항이다세계 자본주의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조차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인데이는 기업의 사업운영과 중요의사결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의사가 적절히 고려될 때에야 비로소 ESG 관련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 수십 년 동안 삼성이 연루된 사법 이슈가 끊이지 않았음을 감안한다면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투명하고 균형 잡힌 지배구조(G)가 필수적=환경적(E), 사회적(S) 가치 훼손 등 회사가 사업을 운영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비재무적 리스크 방지를 위해서는 이윤 추구에 매몰된 경영진을 실효성 있게 견제할 수 있는 투명하고 다양성이 보장된 기업지배구조(G)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국민연금의 우호적 의결권을 얻는 과정에서 총수에 의해 횡령뇌물수수 등 범죄가 일어나고분식회계가 발생한 일그리고 이러한 일에 회사가 조직적으로 동원된 일은 삼성의 지배구조가 비재무적 리스크 방지는커녕 재무적 리스크도 제대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이재용 회장은 현재 삼성물산 불법합병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와중에도 미등기임원으로서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다이는 법적 권한과 책임이 불일치한 문제점이 있고추후 재판 결과에 따라 오너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 역시 높은 상황이다.

 

삼성의 경제적 성과와는 별개로 삼성에게 덧씌워진 수많은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있다기업의 임직원뿐만 아니라 총수가 검찰 수사를 받고기소되고 법정에서 유무죄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것은 당사자 본인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에서 봐도 비극적인 일이다.

 

그동안 전례를 보면 환경·사회 등 비재무적 가치를 고려한 사업운영은 ESG 경영이 대두되기 이전부터 기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이었고투명하고 균형 잡힌 기업지배구조는 이를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었다언제까지 총수 개인기에만 의존해 회사가 성장하기를 바라겠는가.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신동화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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