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시장 조정기에 ‘모태펀드’ 예산 줄여

잘못된 신호 줄수 있어…민간 모험자본 유입하려면 인센티브 제시를

 

벤처투자시장이 얼어붙었다. 지난해 벤처투자는 전년대비 11.9% 줄어든 6조764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만 해도 ‘제2 벤처붐’으로 뜨거웠던 벤처투자시장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과 글로벌 경기변동성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시장조정기에 접어든 이때, 정부는 민간 주도 벤처투자 전환을 추진하면서 모태펀드 예산을 줄였다. 이것이 시장에 ‘부정적 전망’이라는 잘못된 신호로 전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민간 주도 전환기의 모험자본시장 질적 성장 방안’ 보고서는 조정기에 민간 주도로의 전환은 면밀한 시장 모니터링 아래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모험자본시장의 질적 성장을 저해할 정도의 시장 위축이 관측되거나, 조정기가 지나치게 길어지는 경우, 적시에 모태펀드 추경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모태펀드 예산 40% 감축=한국의 모험자본시장은 2021년 76802억원으로 역대 최고 벤처투자를 달성했다. 2021년 벤처투자조합의 결성 실적 또한 역대 최대였다이들 투자조합의 출자금 조달에 있어 모태펀드 비중은 약 30%를 차지했다.

 

모태펀드를 기반으로 모험자본시장이 확장되면서 매출 1000억원 이상의 벤처천억기업’ 수는 2018년 587개에서 2019년 617, 2021년 739개로 연평균 8.0%씩 증가했다혁신생태계의 주요한 성과지표 중 하나라고 볼수 있는 유니콘 기업 누적발생 수도 미국중국인도영국독일에 이어 세계 6위를 차지했다.

 

 

모태펀드는 2017년 8000억원 대규모 추경을 시작한 것에 이어 2020, 2021년 2년 연속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출자를 이어갔다.

 

보고서에 따르면모험자본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이러한 양적 성장배경으로 모태펀드를 지목하고 있다모태펀드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벤처투자시장 육성을 목적으로 조성된 재원으로민간 벤처캐피탈이 결성하는 벤처투자 목적의 펀드에 출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 다수의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은 최근 수년 간 이뤄진 모태펀드의 대규모 출자와 2020년 제정된 벤처투자법’ 시행 등 제도개선에 힘입어, 2021년 기록적인 벤처투자 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양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딥테크초격차 등 첨단기술 기반 스타트업 성공 사례가 부족하고여전히 공적 자본이 모험자본시장을 주도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는 민간 주도성 강화를 위해 모험자본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온 모태펀드 예산을 지난해보다 40% 줄였다올해 모태펀드 예산은 3135억원으로지난해 5200억원에서 40% 감소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모험자본시장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모태펀드 예산을 줄이는 등 민간 주도로의 전환을 시작했지만공교롭게도 벤처투자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조정기 한국과 미국의 분기별 벤처투자 추이를 비교한 결과두 시장은 모두 2021년 4분기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그 속도는 미국이 훨씬 빨랐다. 2021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한국의 신규 벤처투자가 43% 감소했을 때미국은 이보다 더 하락해 56.3% 감소했다.

 

보고서는 대규모 모태펀드가 뒷받침하는 시장보다는 완전히 민간 주도적인 시장의 투자자가 경기변동기에 더욱 기민하게 반응했다고 분석했다따라서 시장조정기에 민간 주도로의 전환은 면밀한 시장 모티터링 아래 신중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조정기 모험자본의 공급이 줄어드는 영역은 바이오 및 의료기술 처럼 단기에 수익발생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기술분야와중후기 스타트업 영역인 것으로 나타났다초기기업의 경우 고금리의 영향에 관계없이 오히려 모험자본의 공급이 증가했다.

 

보고서는 전체 투자금액이 2021년 대비 감소하는 가운데 피투자 초기기업의 수는 늘고 투자 규모도 증가했다면결론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스케일업 단계 기업에 대한 모험자본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공적자금구체적 정책목표에 집중=지금까지 모험자본시장의 확장 역할을 공공이 감당하고 민간은 이를 쫓아가는 형태였다.

 

보고서는 이제 민간이 모험자본시장을 확장하는 역할을 감당하고공적자금은 초격차 10대 분야 스타트업 육성수도권 이외 지역 혁신기업 성장 등 구체적인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태펀드 예산 삭감은 지금처럼 투자가 감소하는 시장에서 벤처투자가 더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민간 모험자본 유입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들을 신속하게 제시해정부의 벤처생태계에 대한 기대감을 시장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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