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제정취지, 누구도 부정 못한다”며

삼표그룹 회장 기소 놓고, 여당 원내대표가 나서서 “법 개정해야” 

 

“관련 학자와 전문가들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있다면서, 환경 자체가 위험한 곳에서 발생한 사고에 까지 안전관리책임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에게까지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무리라고 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법안의 문제점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이제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지 1년이 좀 넘었다.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은 2024년에나 이뤄질 예정이다. 법이 전면 적용되기도 전이고, 기소된 사건들이 대부분 1심 재판을 진행 중인 수준이어서 대법원의 최종판결은 전무한 시점이다. 이런 시기에, 여당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거론한 배경이 있다. 

지난달 31일 의정부지검이 삼표그룹의 정도원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2일만인 2022년 1월29일 양주시 채석장에서 발생한 3명의 사망사고에 따른 조치다. 

경총은 이 기소에 대해 “그동안 검찰이 대표이사만을 경영책임자로 특정해 기소한 것과 달리, 사고기업의 대표가 아닌 그룹의 회장을 직접 중처법 의무주체로 판단해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우려를 표명하는 바”라고 밝혔다. 

경총은 “회장이 그룹사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핵심사항에 대해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나, 그룹사 개별기업의 안전보건업무를 직접 총괄하고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의 그룹회장 기소는 현행 중처법의 경영책임자 개념(정의)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수사기관(노동청·검찰)이 중처법 의무주체를 확대·해석해 적용한 기소로 보인다”고 반발했다. 

또, “경영계는 향후 경영책임자 대상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증대되지 않도록, 정부가 시급히 중처법 개정을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선 주효영 원내대표의 발언은 이같은 재계의 입장과 동일한 맥락으로 읽힌다. 특히, 그룹사의 경영 핵심사항에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 그룹사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바지사장 내세워 책임 빠져나갔던 재벌의 행태”=하지만 노동계는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인 오너 회장이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정도원 회장이 아닌 삼표산업 이종신 대표이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민주노총 경기본부와 인천본부는 2022년 4월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민주노총은 “삼표산업의 지분 98.25%를 지주사인 ㈜삼표가 가지고 있고, 정도원 회장이 ㈜삼표의 지분을 65.99%, 아들이 11.34%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도원 회장이 “1998년 삼표산업의 대표이사에 취임해 수십년 동안 삼표산업의 경영에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경영책임자”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벌 대기업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중대재해에는 그룹의 오너 일가의 전횡이 있었으나, 티끌만큼의 책임도 지지 않는 사례는 많았다”며, 이번 삼표산업에 대한 처벌이 “전문경영인, 바지사장을 내세워 법적 책임에서 빠져나갔던 재벌 대기업의 행태를 어떻게 엄단할 것인가에 대한 무엇보다 중요한 첫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4일 기자회견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1년간 여전히 중대재해가 반복되고 있고, 법 위반으로 기소된 기업도 14곳에 불과하고, 처벌 받은 기업은 전무”한 상황에서, “개정안을 논의하고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기간을 다시 연장하게 된다면 사실상 이 법은 종이 호랑이로 전락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TF, 중대재해법을 과중한 경제 형벌로 명시=정부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의사를 밝혀왔다. 

지난해 7월 기재부와 법무부 등이 구성한 경제형벌 규정 개선 TF는 “공정경제 3법, ILO 관련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국회통과와 코로나19 위기가 겹쳐 기업활동에 대한 불안·애로가 증대”하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을 과중한 경제 형벌의 예시 중 하나로 명시했다. 

또,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 1주년을 맞은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발족했는데, “처벌요건 명확화,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형사처벌 확행, 제재방식 개선” 등을 논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반대하는 노동계와 정부·여당의 충돌이 앞으로 더 격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민주노총은 이달부터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를 저지하는 투쟁을 조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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