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제한 철폐·허용 확대’ 주장한다면

‘1주당 복수의 의결권’…지배주주 특혜인가 기업가 정신 보호인가 

 

복수의결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4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복수의결권 도입을 두고그동안 중기부가 추진한 주요 정책으로서 업계 숙원을 해결한 성과로 평가했다. 

복수의결권은 말 그대로 주식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도록 한 상법상의 기본원칙을 벗어나, 1주당 복수의 의결권(4월 처리된 벤처기업법에는 1주당 10의결권까지)을 보장하는 제도다기업 오너의 경영권을 보호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기업활동과 투자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논리로 주장돼 왔다.

 

벤처산업 육성으로 바뀐 복수의결권 논의=복수의결권 주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우선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에 대항해 국내기업 경영주의 경영권을 방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법 개정을 요구했다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은 그에 대한 명분이 약했고시민사회의 반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있었던 재벌 2·3세들이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회사 소유권·경영권을 부당승계하는 모습들이 보도되면서 많은 시민이 공분했다또 현재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일감 몰아주기통행세 편취 등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에 동원되면서소수주주의 권익은 등한시 한다는 비판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적대적 외국자본에 대한 기업 경영권 보호를 위한 복수의결권 도입 논의는 재벌세습과 경제력 집중 강화를 옹호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복수의결권을 상법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논의가 반발에 직면하자 이를 우회해 벤처기업법 개정 카드를 내밀었고그 목적을 벤처창업주의 역량을 보호하면서도 투자를 유치해 혁신경제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으로 탈바꿈시켰다. 2020년 10월 당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복수의결권 도입이 벤처강국 실현과 혁신적인 벤처·창업기업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론은 확실히 재벌 2, 3보다 벤처기업 창업주에게 더 호의적이며이들의 경영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덜 한 것으로 보인다이미 앞 세대가 만들어놓은 사업 기반을 그대로 물려받는 재벌 2, 3세에 비해 스스로 힘으로 새로운 사업을 개척해나간 벤처사업가의 역량을 지켜줘야 한다는 논리는 곧 벤처기업 창업주의 경영권은 특혜를 제공해서라도 보호하도록 하는 제도 논의를 강화시켰다벤처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보호함으로써 벤처투자를 활성화한다는 주장도 당연히 덧붙여졌다.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면 무엇이 문제인가?=하지만 경제권력 집중과 제도변화를 감시하는 여러 시민사회 주체들은 벤처기업법에 대해서도 계속 의문을 표했다.

 

 

‘1주 1의결권이라는 주주평등의 원칙을 위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부터이미 존재하는 무의결권 주식이나 의결권 제한 주식 등도 발행실적이 전무하고 벤처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점(김우찬, 2021.4.13., ‘복수의결권 주식 과연 필요한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공청회), 벤처창업자도 무능할 경우나 경영에 부적합해질 경우 교체돼야 벤처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 등도 반박 이유로 제시됐다.

 

복수의결권 제도는 이미 유니콘 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회사가 기업공개(IPO)를 할 때 투자자금 유입에 따른 지분 희석으로부터 기업 소유주의 지배력을 유지하기에 유용한 제도(박재영, 2020.12.29., ‘벤처기업 차등(복수)의결권주식 도입쟁점과 과제는?’, 국회입법조사처)일뿐이며벤처창업 후 투자를 유치해 기업을 성장시킴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방해될 수 있을 공산이 크다투자자가 다른 특별한 매력 요소가 없다면 굳이 기업의 이익 분배나 향후 경영사항 결정에 대해 의결권이 배제된 주식을 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미 벤처기업 수준을 넘어선 기업의 창업주 경영권을 보호한들 벤처투자가 활성화될지 역시 의문이다한 연구에서는 비상장기업의 기업공개 후 첫 1~2년 차에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상장 3년째에는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배당성향은 애초에 기업공개 이전이 더 높았다는 결론을 내려복수의결권 도입의 정당성은 크지 않은 반면 지배주주의 경영권 영속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크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박재성, 2019.11., ‘IPO 전후 R&D 지출 및 배당에 근거한 차등의결권 도입 필요성에 관한 연구’, 한국벤처창업학회 추계학술대회).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문제제기를 보완하기 위해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해서만 복수의결권을 허용하고 상장 시 3년 유예기간 내 복수의결권 주식을 해소하기로 했으며복수의결권 존속기간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이나 이사의 보수와 책임 감면감사 및 삼사위원회 선임과 해임자본금 감소이익배당해산 결의 등 결정사항에는 복수의결권 없이 1주 1의결권만을 갖도록 하는 규정을 포함시켰다이는 법 통과를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부작용 방지 규정 삽입이 불가했기 때문이었다.

 

결국이러한 과정을 거쳐 벤처기업법이 개정돼 복수의결권이 도입됐다하지만 기대효과는 불분명하지만 부작용은 클 것으로 보이는 제도를 억지로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법 내용 자체가 모순된 내용으로 구성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따라서 향후 추가적인 법 개정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이때 어떠한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지를 유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복수의결권향후 쟁점과 제도적 과제는=우선은 복수의결권의 부작용즉 상장 후 지배주주의 참호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포함된 내용과 복수의결권을 필요로 하는 기업 지배주주의 요구가 한 법에 모순적으로 얽혀있다는 점이다상기한 대로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은 상장 후 외부 투자에 따라 지분이 희석될 때 창업주의 경영권을 지켜준다는 취지의 제도인데상장 후에 복수의결권을 폐지하도록 하면 그 제도가 도입된 목적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물론 상장 후 복수의결권 해소를 위해 3년간 유예기간을 두도록 하긴 했지만복수의결권 행사가 제한돼 1의결권만 부여하는 안건도 상당히 존재하므로 이러한 제한을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복수의결권 제도는 창업 초기의 소규모 자본가·혁신가가 아니라 이미 상당한 규모를 갖춘 회사의 창업주에게 기업지배구조상 특혜를 제공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이 경우 비슷한 규모의 중견기업나아가 재벌기업들까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복수의결권이 허용되는 기업의 범위를 넓힐 것을 주장할 계기로 삼게 될 것이다전경련과 경총 등 경영자단체들이 일단은 비상장 벤처기업에만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법 처리를 지지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향후 예상되는 이러한 공방이 발생할 때입법권자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요구에 결코 응하거나 양보해서는 안 된다경제력 집중과 사익편취 가능성코리아디스카운트를 더욱 심화시켜서는 곤란하다이는 법적·윤리적으로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인 일이다(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신동화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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