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는 정보만 보고 듣고 소비한다면

사고방식과 가치관 편협해져…‘척척’ 알고리즘의 두 얼굴 ‘필터 버블’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다 보면내가 봤던 영상과 비슷한 추천 콘텐츠가 연달아 뜨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만약 귀여운 강아지가 나오는 영상을 봤다면다른 강아지 영상이나 반려견 사료·영양제 광고가 뒤이어 뜨는 경우다인터넷에서 관심 있는 운동화를 검색했을 경우각종 SNS에 해당 운동화 광고가 반복해서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내가 관심 있는 콘텐츠가 계속해서 추천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우리가 사용하는 검색엔진이나 SNS, OTT 등 각종 온라인 플랫폼들이 알고리즘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관심사나 취향에 맞는 정보를 추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제공되는 맞춤 추천정보는 과연 편리하고 유용하기만 할까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인 필터 버블에 관해 살펴보자.

 

관심 있는 정보 척척 제공그 이면에는=알고리즘이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단계적 절차를 의미한다컴퓨터 과학이나 IT 기술 분야에서 알고리즘은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명령어의 집합으로 구성되며데이터를 처리하고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데 활용된다.

 

오늘날 많은 플랫폼 기업들은 사용자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매칭 확률이 높은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사용자가 인터넷을 하며 남긴 정보들(과거의 클릭 이력검색 및 구매 이력시청 기록 등)은 곧 빅데이터인데각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이러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어떠한 정보를 선호하는지 추측할 수 있다그 결과알고리즘은 사용자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초개인화’ 시대의 핵심기술로 거듭났다.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맞춤 추천서비스는 스마트폰 보급에 힘입어 점점 영향력을 키워 왔다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사용하는 TV 또는 PC와는 달리스마트폰은 한 사람만이 전용으로 쓰는 기기다즉 개인 맞춤으로 정보를 걸러 제공하는 것이 더욱 용이하다.

 

이러한 추천서비스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우리는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다온갖 정보가 수없이 넘쳐나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사용자는 자신에게 필요하거나 선호하는 정보를 일일이 찾아 다니기가 어렵다이에 빅테크 기업들은 사용자 개개인이 좋아할 만한 것자주 보는 것들을 위주로 상품이나 콘텐츠를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사용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관심 있는 정보가 척척 제공되는 것이 편리하게 느낄 수 있다.

 

문제는 마냥 편리한 것만 같은 서비스의 이면에 있다맞춤 추천서비스는 사용자가 접하는 정보의 다양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사용자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편협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끼친다이를 필터 버블이라 한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있는 현대인들=필터 버블(Filter Bubble)은 인터넷 정보 제공자가 사용자 맞춤 정보를 제공하면서 사용자에게 필터링된 정보만 도달하는 현상을 일컫는다이 단어는 미국의 온라인 시민단체 무브온(Move on)’의 이사장인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의 저서 생각 조종자들(원제:The Filter Bubble)’에 등장했다자신에게 선별된 정보만을 제공받는 사용자들은 결국 필터링된 버블 안에 갇히게 된다는 뜻이다.

 

레거시 미디어인 신문이나 잡지의 경우에도 지면에 어떤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편집자가 취사 선택했지만인터넷과 플랫폼에서 개개인의 필터 버블을 만드는 알고리즘은 윤리나 가치 판단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좋아해서 클릭을 누를 만한 정보만을 추천해서 제공할 뿐그것이 양질의 정보인지 가짜 뉴스인지 혹은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내용인지는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만약 정보를 필터링하는 알고리즘에 정치적 혹은 상업적인 논리가 개입된다면사용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정보 편식을 할 수도 있다.

 

물론 필터 버블에는 인터넷과 플랫폼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책임도 따른다많은 사용자들이 SNS를 이용할 때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보다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으며이 과정에서 특정한 정보만을 편식하는 경향이 자주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알고리즘 바깥에는 더 넓은 세상 있다=현재 많은 인터넷, SNS 사용자들이 맞춤 추천서비스를 통해 한정된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있다반대로 자신과는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접하거나자신의 관심 밖에 있는 새로운 분야나 정보를 알아갈 기회는 크게 줄어들었다인터넷에 접속하면 다양한 사람들과 비대면으로 연결되며 다채로운 정보들을 습득할 수 있을 것만 같지만필터 버블로 인한 문제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맞춤 추천으로 뜨는 정보에만 의존할 경우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자기주도적으로 찾아보거나 비판적 시각으로 판별 및 취사 선택할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또한 한정된 정보만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사용자들이 지식과 가치관을 넓히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으며현실 인식에도 왜곡이 생겨 편협한 시각을 가질 우려가 있다더군다나 가짜 뉴스가 추천 콘텐츠로 뜨고비슷한 정보가 연이어 추천될 경우 현실을 잘못 인식할 위험이 더욱 크다.

 

이 세상에는 자신과 관점이나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는데다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거나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정보들도 많은데이를 접할 기회를 잃으면서 점점 시야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자칫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정보만 보고 듣고 소비하면서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자신과 입장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며넓게 본다면 각각의 사회구성원들이 화합하기 어려워진다이에 필터 버블은 개인의 편견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으며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의 오작동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필터 버블을 깨려면 공감의 반경’ 넓혀라=필터 버블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무엇보다 인터넷 정보 제공자나 플랫폼 기업들이 윤리의식을 갖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가짜 뉴스 및 혐오나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콘텐츠는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아울러 미디어가 공동체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회 전반적으로 깊은 논의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

 

이보다 신속한 대안은 사용자들이 일상에서 필터 버블을 의식하고 대응하는 것이다먼저 자신의 편견과 편향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사실에 부합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 미디어토론 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구독하고알고리즘을 통해 어떤 정보를 접했더라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다양한 곳에서 출처를 확인하는 등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좋다즉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가 절실하다.

 

진화학자 장대익의 저서 공감의 반경은 인간은 타인에게 공감하는 존재인데왜 우리 시대에는 갈등분열혐오가 넘쳐날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흔히 이런 질문에는 공감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저자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공감을 너무 많이 해서 서로를 편 가른다라고 지적한다다시 말해 정서적 공감이 좁고 깊어 우리끼리만’ 뭉치고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 대해서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감이 미치는 반경을 확대하자고 말한다.

 

공감의 반경은 필터 버블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과 의견을 접하면서 다양성을 탐색하고 공감의 반경을 넓힐 때비로소 필터 버블을 깰 수 있을 것이다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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