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위기 소상공인 고용보험 안전망 확충 시급

자영업자 고용보험 당연가입 논의 재개해야 

 

“민생이 절박합니다. 오늘 보도를 보니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11년 만에 최고치라고 합니다. 개인회생신청과 폐업률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0일 국회 본회의 개의와 동시에, 개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이유의 첫 번째로 민생과 자영업자 위기를 들었다. 

 

실제로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가구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가계의 소비여력이 약해지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경영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2023년 소상공인 폐업률은 9.5%로 1년전보다 0.8%p 증가했다. 폐업자수는 91.1만명으로 1년만에 11.1만명이나 늘어났다. 

 

위기가 심화되자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가 ‘서민, 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 TF’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는데, 주로 서민금융 공급과 채무조정 등에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 경영이나 폐업을 지원하는 사업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긴 하다. 물론 이또한 필요한 조치들이긴 하나, 소상공인들이 위기에 빠졌을때 이들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필요성이 커 보인다. 

 

이같은 논의가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대대적인 자영업자 위기를 맞아, 한편으로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고용보험을 통해 자영업자도 사회안전망에 편입하는 방안이 주목을 받았다. 자영업자가 임의로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었는데, 이를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자영업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실업급여나 재취업수당 등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펴낸 제22대 국회입법·정책 가이드북에 실린 ‘소상공인 고용보험료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보험에 가입한 자영업자는 2023년 12월 현재 4만7604명에 불과하다. 고용보험 가입대상 자영업자는 2022년 기준으로 650만명에 달하기 때문에, 가입률은 0.66%에 불과하다는 계산도 나왔다.

 

아무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의 고용보험 가입을 촉진하기 위해 고용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기도 했고,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역시 소상공인 재기지원의 일환으로 자영업자 고용보험료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원 대상도 점차 확대했다.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0.66%에 불과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앞선 보고서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위한 최소 가입기간 축소, 자영업자의 구직급여 소정급여일수 확대, 연장급여와 조기재취업 수당 지급, 육아휴직 급여와 출산전후휴가급여 지급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소상공인이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자격 요건을 확인해 고용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임의로 가입할 수 있는 지금 구조를 내버려두고 가입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기는 쉽지 않다. 고용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등의 사업은 그 자체로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확대하기는 힘들다는 점이 최근 수년간에 걸쳐 확인된 바다. 

 

결국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당연가입을 도입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추진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체결된 노사정협약에 이 내용이 포함된 뒤, 정부가 다각도로 논의를 추진해왔으나 어느새 중단됐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가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당연가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재개하고, 제도 구축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부진에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위기가 끝이 보이지 않는 시점이라 더더욱 필요한 조치다. 민생위기 상황에 정부와 국회가 낭비해도 되는 시간은 없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