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막을 개혁 입법과제는

일반주주 견제권 강화 등 총수 아닌 ‘주주 중심 거버넌스’로 전환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는 경영자(총수) 중심의 거버넌스 구조를 주주 중심의 거버넌스 구조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일반주주의 견제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입법과제가 제시됐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 소장(고려대 교수)은 더불어민주당 오기형·김남근·김남희·김현정·정준호조국혁신당 신장식·차규근 의원과 경제개혁연구소가 11일 개최한 재벌 경제력 집중 및 지배구조 개혁을 위한 입법과제 간담회에서, 주주 중심 거버넌스로의 전환을 위한 22대 국회 개혁 입법과제를 소개했다입법과제는 일반주주의 견제 권한 강화 일반주주에 의한 견제 활동 촉진 일반주주에 의한 책임추궁 활성화 이해관계자 임파워먼트 거버넌스 시스템 개선 기후임파워먼트 등이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는 경영자(총수본인에게 충성하는 구조”라주주 중심의 거버넌스 구조를 구현할 경우 높은 PER(주가수익비율)을 확보하고 자본배분의 효율성을 갖춰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했다.

 

총수 또는 경영자 중심의 거버넌스 구조가 고착화된 원인에는 사전적인 견제장치나 주주권을 행사하는 주주사후적 책임 추궁 등의 장치가 전무하기 때문이다이로 인해 횡령배임과도한 임원보수일감몰아받기회사기회 유용 등의 사익 편취가 발생하며계열사 간 부당합병쪼개기 상장자사주 마법자사주 맞교환을 통한 상호주식 보유기업 부분 인수와 프리미엄 거래 등 지배권 강화를 위한 자본거래가 발생한다. 이뿐만 아니라 과도한 현금 또는 유휴자산 보유부실사업 정리 지연무리한 기업인수와 승자의 저주비관련사업다각화 등 자본투자의 비효율성도 생긴다이러한 자본배분의 비효율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김 소장이 제시한 해법은 주주 중심의 거버넌스 구조 구현이다일반주주의 견제 권한 강화 등 6개 대주제를 중심으로 39개 하위 주제, 82개 과제로 이뤄져 있다김 소장은 39개 하위 주제 가운데 그동안 논의를 거쳐오면서 반대 명분이 없거나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10개 과제를 우선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10개 과제는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활성화 주주총회 소집통지 기간 연장 주주총회 종료 직후 표결내역 상세 공시 임시주주총회 8주전 소집공고 하이브리드 전자 주총 허용 다중대표소송 소제기 요건 완화 보수위원회 설치 의무화 편법적 채무보증행위 근절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등이다.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활성화=국민연금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선언하고 의결권 행사주주관여활동 및 주주제안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김 소장은 현재 국민연금이 주주관여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대상 회사는 매우 제한적이며 그 활동도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고 특히 주주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한 정책과제로는 주주대표소송을 포함해 투자대상 회사의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와국민연금이 적극적 관여활동을 이행하는 행동주의 펀드에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기관투자자 등이 투자대상회사에 공개적으로 질의·제안을 하거나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는 경우회사가 그 내용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공시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제391조 이하에 규정을 신설하는 안도 제안했다.

 

 

주주총회 소집통지 기간 연장=현행 주주총회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안건의 주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소집공고가 주주총회일에 임박해서 나오는 것에 있다이에따라 주주총회에 관한 소수주주의 권리 강화를 위해 소집통지 기간 연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소집통지 기간을 현행 주주총회일 전 2주에서 ‘4로 연장하는 상법 제542조의개정을 통해 주주들이 권리행사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주주총회 내실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총회 종료 직후 표결내역 상세 공시=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이사 및 감사 후보자의 적격성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가 주주들에게 제공되지 않아 의결권 행사를 어렵게 한다. 또한 주주총회 결과가 주주총회 직후 공시되지만 안건 통과 여부 외에 표결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주주총회 표결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따라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찬반 의사를 판단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상법 제542조의4(주주총회 소집공고 등및 동법 시행령 제31조의 개정주주총회 종료 후 표결내역 등을 상세하게 공시하도록 자본시장법 제161(주요사항보고서의 제출1항 또는 한국거래소 공시규정 개정 등을 제안했다김 소장은 이를 통해 주주들이 충분한 정보를 기반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주주총회 결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배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임시주주총회 8주 전 소집공고=현행 상법에서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려는 주주는 일정한 지분율 요건을 갖춰 주주총회일 6주 전까지 이사에게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그런데임시주주총회의 경우 회사가 주주제안을 받은 날로부터 6주 이내의 날을 임시주주 총회일로 정해 애초에 일반주주가 주주제안을 위한 6주 전 기일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경제개혁연대가 2021년 한 해 동안의 임시주주총회결의 공시일과 주주총회일 개최 기간을 분석한 결과, 40.8%의 임시주주총회(446건 중 182)가 42일 이하의 기간으로 공고해, 6주 전 주주제안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임시주주총회의 경우 8주 전 소집공고를 의무화하는 상법 제363조의 개정을 통해 임시주주총회에서 일반주주의 주주제안이 무력화되는 것을 막고이를 통해 지배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견제 및 감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전자 주총 허용=2023년 11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전자통신수단을 이용한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포함하고 있다

 

김 소장은 병행전자주주총회(hybrid meeting) 허용을 명문화하는 규정을 상법 제364(소집지와 개최방식이하에 신설하는 안을 제안했다이와더불어 상장회사에 전자투표·전자위임장제도를 의무화하고 전자투표제를 실시하는 경우 감사 등 선임 시 주주총회 결의요건 완화 기준을 더 엄격히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도 제안했다.

 

다중대표소송 소제기 요건 완화=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7년까지 21년간 제기된 주주대표소송은 총 137건으로연평균 약 6.5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주주대표소송이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은, 주주대표소송은 기본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원고주주가 승소하더라도 손해배상금이 회사에 귀속되기 때문에 주주는 간접적 이익만 취하는 반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소송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등 경제적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0년 12월 상법 개정으로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됐지만, 적용대상이 협소하고 소제기 요건이 까다로워 실용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따라 정관을 통한 이사의 책임감경 조항을 삭제하고 주주대표소송의 소제기 요건을 단독주주권 또는 절대금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한편다중대표소송의 소제기 요건을 완화하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와함께 금융회사의 다중대표소송 행사요건을 완화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의 개정도 제안했다.

 

보수위원회 설치 의무화=우리나라 상장회사들은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커 이사회는 지배주주나 최고경영자 등의 전횡이나 잘못된 의사결정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이사는 2022년 5월부터 2023년 4월 기간동안 전체 7837건의 안건 중에서 약 99.30%인 7782건을 원안 그대로 가결했고부결된 안건은 13(0.7%)에 그쳤다사외이사가 반대한 안건 수는 16(0.2%) 뿐이었다김 소장은 실효성 있는 이사회가 구성되지 않는 주된 이유는 집중투표 또는 의결권 제한이 없는 상태에서 의결권이 가장 많은 최대주주가 반대하는 후보가 임원으로 선임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대규모 상장회사에 보수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대규모 상장회사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이사회 내 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편법적 채무보증행위 근절=현행 공정거래법은 국내 계열사의 국내 금융회사 여신에 대한 채무보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그러나 공정위가 실시한 조사결과, 채무보증과 유사한 효과를 가질 수 있는 TRS(총수익스왑)는 2023년 33700억원으로 확인됐다김 소장은 공정위는 TRS를 활용한 거래를 제한대상 채무보증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했다며최근들어 TRS와 같은 파생금융상품 등을 통해 부실계열사의 자금조달이 용이하도록 신용보강하거나 사실상 채무보증을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공정거래법상 채무보증금지 위반으로 조사를 받는 경우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채무보증금지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고 그 범위가 매우 협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상 채무보증 효과가 있는 거래행위를 채무보증의 탈법행위로 규율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탈법행위 금지)의 개정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이를 통해 계열사의 연쇄부실을 미연에 방지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국내 상장회사의 지배권 인수 사례를 보면, 회사의 주식 전량 매입이 아닌 지배주주의 지분만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지배권 확보에 필요한 20~30% 정도의 지분만 인수하는 것이 보편적이다그 결과 인수회사에 대한 지배주주의 현금흐름권이 낮아져 지배권과의 괴리에 따른 부당내부거래의 유인이 높아지고지배권 확보를 위해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했다면 그 비용을 보상받기 위해 남아있는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 소장은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의무공개매수제도는 인수자가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지배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프리미엄을 주고 매입하는 경우 지배주주가 아닌 주주들의 주식에 대해서도 동일한 가격으로 인수 제의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33조 이하에 규정 신설을 통해 도입할 수 있으며상장회사의 지배권 인수 사례에서 잔여주주의 이익을 보호해 주주평등의 원칙을 실현하고지배주주 및 경영진에게는 기업 가치를 제고하도록 유인을 제공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현행 상법은 이사의 의무로서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그러나 편법증여 논란이 있었던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과 같이 우리 법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이 문제된 사례에서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 별개로 구분하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의 이익에 한정하는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따라서 김 소장은 상법 제382(이사의 충실의무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뿐만 아니라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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