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의향도, 육아에 필요한 요인도 ‘시간’인데

여당, 52시간제 완화 법개정 예고…연장근로 더 늘어날까 우려 

 

여당이 52시간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개정 추진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가 추진하다 중단된 52시간제 완화의 불씨를 여당이 되살려내는 모습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획일적인 주 52시간 규제의 유연한 적용에 관해서 근로기준법 개정하는 문제를 함께 추진해야 되겠다”는데 고용노동부 장관과 뜻을 모았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와의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추경호 원내대표는 “장시간 근로로부터 우리 근로자들을 보호해야 된다. 여기에는 누구도 이론이 있는 사람 없다. 그리고 노동 가치에 대해서 적절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데서도 이론이 없고 일·가정 양립이 돼야 된다는 이론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각 기업별로 그때그때 일련에도 보면 영업 상황이 틀리고 경영 상황이 틀릴 때도 있어 또 업종별로도 좀 유연하게 평균적인 52시간은 지키되 거기에 관해서 시기에 따라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이런 노동시간 근로시간의 유연화가 필요한데 아직 이 부분에 관해서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장의 근로시간을 더 유연화할 수 있도록 이번에 저희들이 국민의힘에서 앞장서서 이 부분에 관한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의 발언은 정부가 기존에 추진하다 중단한 연장근로 상한선 완화와 궤를 같이 한다. 정부는 1주일에 최대 12시간만 가능한 연장근로의 상한선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경우에 따라 주당 근로시간이 최대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논란이 발생했다. 평균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 아래로 유지한다는 전제가 있었지만, 연장근로의 관리 기간을 1주일이 아니라 1달 혹은 최대 1년까지 늘려잡을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기간에는 연장근로가 급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노사와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를 실시한 뒤, 지난해 11월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방안을 노사와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안에 비하면 일부 업종과 직종이란 단서가 생겼다는 점에서 다소 후퇴한 면이 있으나,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단위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핵심내용은 그대로 남은 방안이란 평가도 나왔다. 

추 원내대표는 이같은 정부안의 재추진을 주장하면서 “일·가정 양립이 돼야 된다는 이론은 아무도 없다”고 했지만, 정작 국민들은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시간이라고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연장근로를 몰아서 하는 정부안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출산 의향도, 육아에 필요한 첫 번째 요인도 ‘시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만 25~4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 결과를 지난 5월 발표했다. 

조사결과, ‘근무시간이 줄고 육아시간이 주어진다면’ 출산의향이 늘어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를 합친 긍정 비율이 85.2%에 달했다.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를 해도 급여가 충분하다면’(88.3%)과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83.2%) 역시 높은 응답비율을 보였다. 

‘정부의 육아수당이 늘어난다면’ 출산의향이 늘어난다는 응답 역시 81.9%로 높은 긍정비율을 보였지만, 육아시간이 확보될 경우 출산의향이 더 크게 늘어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일·가정 양립을 위해 필요한 사항 1순위에서도 ‘육아를 위한 시간 확보’라는 응답이 38.8%로 가장 많았다. ‘육아지원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직장문화’가 18.3%로 뒤를 이었다. 

정부정책이 저출산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서도,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의 경우 전체 81.9%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남녀평등한 육아참여 문화 조성(77.6%)이나 양육을 지지하는 육아친화적 문화 조성(76.4%) 등이 뒤를 이었으나, 80%가 넘은 동의를 받은 것은 육아휴직 사용이 유일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조사결과를 반영해 체감도 높은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기간별 연장근로 상한선 완화 추진이 육아시간 축소로 이어지면 정책간 엇박자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기존 저출산 정책의 무력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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