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적정환율 1330원대” 채산성 악화 우려

1400원대 육박 환율 ‘고공행진’ 지속 

 

지난 6월27일 원달러 환율이 1390원까지 치솟으면서, 환율 1400원대의 가능성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고환율이 원자재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일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2대 수출 주력업종의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52개사를 대상으로 한 ‘2024년 하반기 수출전망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수출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환율로 평균 1332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6월20일까지의 원달러 평균 환율(매매기준율 기준, 한국은행)은 1347원에 달했다. 한경협은 “하반기에도 이러한 환율 수준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수출채산성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와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 1295.3원, 하반기는 1316.7원으로 연평균 1306.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들어 1월(1323.6원)부터 3월(1330.7원)까지 환율이 이미 1330원대를 기록했다. 

당시만 해도 기업들이 생각하는 적정환율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4월부터 1367.8원으로 상승한 뒤, 5월(1365.4원)에도 1360원대를 유지했다. 이어서 6월 들어 20일까지는 평균환율이 1376.5원까지 치솟으면서 수출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으로 외환시장 안정성 강화조치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19.6%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원자재 수입 관련 세제지원(17.9%),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확대(17.5%), 물류 차질 방지 지원(13.2%), 정책금융 확대(12.5%) 등을 꼽았다. 

한경협은 “미국 금리인하 지연, 엔저 지속 등 환율 불안요인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요구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원자재 단가 상승에 유가불안까지 변수 많아

문제는 이같은 고환율로 인해 주력 수출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고환율은 수출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많지만, 실제 기업들은 원자재 등 수입비용이 상승해 오히려 수출채산성이 나빠질 것으로 봤다. 

응답 기업 중 79.0%가 올해 하반기 수출채산성이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50.0%)하거나, 악화(29.0%)될 것으로 봤다. 개선될 것이라는 기업 비중은 21.0%에 그쳤다.

채산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이 개선보다 많은 업종은 석유제품(100%), 바이오헬스(45.5%), 석유화학(37.5%), 전기전자(29.3%), 철강(26.9%), 일반기계(18.2%) 등이었다. 반면, 채산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이 더 많은 업종은 선박(50.0%), 자동차(41.7%), 자동차부품(25.0%) 등이었다. 

채산성 악화의 요인은 원유·광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란 응답이 38.7%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수출단가 인하(22.7%),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13.6%)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하반기 수출에 영향을 미칠 리스크 역시 원부자재 단가 상승(29.0%)이 가장 크게 우려됐다. 이 밖에 글로벌 저성장 추세로 인한 수요 회복 지연(27.6%),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및 중동 분쟁 확대(15.1%)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동지역 정세 불안정 등 유가 변동요인이 계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유가 불안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판관비·운영비 등 비용 절감(40.8%), 제품가격 인상(21.7%), 공급망 다변화(20.4%) 등의 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같은 추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이 힘들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는 “원달러 환율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축소 및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요인들이 강달러를 지지하다, 수출 회복 등의 원화 강세 요인과 맞물리면서 차츰 약세로 전환되면서 완만히 하락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현재의 환율 수준은 이 보고서의 전망치보다도 높은 수준인데다, 강달러 요인들이 산적해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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