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집중 ‘사각지대’ 대책 필요하다

피해인정 10명 중 7명이 ‘2030’…청년 주거 위기 

 

정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2만명에 육박한다. 전세사기 피해가 청년들에게 집중돼 있는데,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총 2132건을 심의한 결과 총 1496건에 대해 전세사기 피해자로 최종 가결했다. 현행 전세사기특별법은 위원회를 통해 피해자로 인정된 경우에 한해 지원하고 있다. 

위원회가 2023년 6월1일 출범한 한 이래 이달 17일까지 가결한 전세사기 피해자 수는 총 1만9621건으로 2만명에 육박했다. 인정된 피해자에게는 주거, 금융, 법적 절차 등 총 1만3221건의 지원이 이뤄졌다. 

인정된 피해자의 현황을 보면, 보증금 3억원 이하가 전체의 97.3%에 이른다. 1억원 이하가 42.0%로 가장 많았고, 1억원 초과 2억원 이하(40.8%)도 40% 이상을 차지했다. 나머지 피해자들도 대부분 2억원 초과 3억원 이하(14.6%)였다. 

지역은 서울(26.0%)과 경기(21.2%), 인천(13.5%) 등 수도권이 절반을 넘어섰다. 이어서 대전(13.2%), 부산(10.9%) 순이었다. 

연령대를 보면 30대가 48.2%로 가장 많았고, 20대(25.4%)까지 합치면 2030이 전체 피해자의 70%를 웃돌았다. 40대(15.0%)와 50대(7.1%)가 뒤를 이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형태도 아파트(14.5%)보다는 비아파트가 더 많았다. 다세대(31.9%), 오피스텔(20.9%), 다가구(18.0%), 다중생활시설(8.0%), 근린생활시설(3.6%) 등이 있었다. 

종합해보면, 원룸 등에 거주한 2030 청년들이 전세사기로 많은 피해를 입었음을 알 수 있다. 

전세사기 사각지대 문제 여전…다가구 등 지원책 필요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음에도 법이 정한 피해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위원회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부결 건수는 모두 2713건에 이른다. 또 보증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거나 경·공매 완료 후 2년이 경과되는 등의 경우는 적용제외로 따로 분류하는데, 이 경우는 1910건으로 집계됐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 최우선 변제금액에 해당하는 경우, 경매 등을 통해 자력회수가 가능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를 보면, 보증금 미반환 의도 미충족이 54.8%로 가장 많았고, 다수피해 발생과 보증금 미반환 의도 미충족이 함께 적용된 사례가 43.3% 있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더라도, 의도적으로 반환하지 않으려 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수 피해 발생 역시 대규모 사기사건에 한해서만 전세사기보호법이 적용된다는 요건이다. 

이 밖에 전입신고나 확정일자 등을 통해 대항력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보증금 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등이 소수 있었다. 

피해자로 인정된 경우와 부결사례를 종합해서 보면, 청년들이 주거하는 환경에서 전세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사각지대에 속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같은 사각지대에 주목해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국회의원은 다가구 주택 피해구제 등의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 국가 책임 강화 패키지법을 대표발의했다. 

황정아 의원은 다가구 주택에 대해, 개별등기를 할 수 없는 다가구주택은 순위별 세입자간 이해관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선매수권이나 매입임대주택 전환 등을 신청하려면 세입자 모두가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법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전지역의 경우 전세사기 피해주택 유형 중 다가구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세사기 피해구제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아직까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발의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의 공공매입 요청을 피해자의 과반수 동의로 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가 후순위 다가구주택 피해자의 최소보증금을 보전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선구제, 후회수 제도도 포함했다.

황정아 의원은 “다가구주택은 전세사기 위험도가 가장 높은 주택 유형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구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라며, “다가구주택을 포함한 전세사기 피해자분들의 신속한 일상회복을 위해 선구제 후회수 방안과 함께 구제방법을 폭넓게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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