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활동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세상을 이롭게 바꾼 경제 패러다임…경기 사회적경제 박람회 

 

“글로벌 기업은 당연히 환경에 관심이 많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아이디어를 선택하진 않습니다. 판매가 될 만한 제품인지 아닌지가 첫 번째죠. 우리는 환경과 디자인적인 부분을 모두 충족했기 때문에 선택받은 겁니다.”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경기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버려지는 원단을 엮어 운동화 끈과 파우치 등을 만들고 있는 라인101(line 101) 최광열 대표가 중기이코노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면,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지만, 이로 인해 ‘좋은 취지의 기업이지만, 일상과는 거리가 있다’고 자칫 오해하기 쉽다.

이번 경기 사회적경제 박람회에는 이런 ‘편견’을 없앨 수 있는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를 사회적 문제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결합함으로써 활발하게 기업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기업들을 중기이코노미가 만나봤다. 

디자인에 끌리고, 맛에 마음 연다…고객 움직이는 힘 ‘기본’

‘친환경’은 최근 기업과 소비자를 잇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친환경’이라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선택하진 않는다. ‘친환경’과 ‘디자인’이 만나 하나의 감성적인 제품으로 출시됐을 때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인101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원단을 제조하고 남은 실들을 모아 신발 끈을 만들어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이 기업은 환경적인 이슈를 제품에 녹여냈지만, 독특하면서도 예쁜 디자인으로 글로벌 기업의 선택을 받았다.

최광열 대표는 “도소매 공장, 동대문 등을 돌아다니며 남는 천을 구해 300가지의 천을 모았다. 그중에서도 일반실들을 쓰면 디자인적인 특성이 없으니까 트위드 원단을 제조하는 실만 골라냈다”며, “보통 운동화 끈은 12가닥을 엮어 만드는데, 이렇게 모은 실 중에서 12가닥을 선택한 다음 엮었더니 다양한 모양이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먼저, 우리나라에 있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협력업체에 보여줬더니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이후 미국 본사의 디자이너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에 따르면, 이런 큰 글로벌 기업은 환경적인 요소를 담은 제품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도달하는지 경험적으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내용보다는 소위 ‘팔릴만한’ 제품에 더 신경을 쓴다. 

그는 “재활용한 의류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어 출시했지만, 소비자 반응이 좋지 않아 또 다른 쓰레기로 전락해 버렸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며, “일례로 운동화의 경우 옆면의 색상이 하얗지 않고, 누렇게 나오는 등 예쁘지 않다는 피드백이 많았다는 거다. 기업에서는 폐기물을 수거해 전기, 인력, 가공 과정 등 리소스를 동원해 만들었지만, 판매가 저조하다 보니 이것 역시 쓰레기가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즉, 소비자들은 환경적인 이유만으로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결국 팔리지 않는 제품은 ‘잔인한 쓰레기’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후 운동화의 안감, 장갑 등에 재활용 원단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략이 바뀌었다. 

이런 이유로 라인101의 아이디어는 글로벌 기업이 이전에 경험했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인 것이다. 

최 대표는 “계속 글로벌 기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며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일차 목표”라며, “내년쯤에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밝혔다.

환경 외에도 공정무역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다. 특히, 소비자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커피 관련 기업이 이런 공정무역의 이슈로 대중의 뭇매를 맞을 때가 많다. 

커피 노마드는 ‘진짜 공정무역’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아는 공정무역이 정말 공정한가라는 고민 끝에 직접 아프리카에 있는 농장을 다니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엄지연 과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직접 가서 평소 그들의 삶과 사정을 보고, 이들의 관점에서 이들을 위해 농가와 거래하는 게 진짜 공정무역”이라며, “이렇게 현지에 직접 가서 보고 느낀 점을 알리고, 이를 제품에 담기 위해 노력한 브랜드다. 이런 노력 덕분에 공정무역 관련 기업으로도 인증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발굴한 농장 중 하나가 케냐의 농장이고, 농장주의 이름을 따 제품명도 ‘케냐 루시’로 지었다고 한다. 현재 커피 노마드의 제품은 9월에 현지에서 들어올 예정이다. 지금은 6월에 카메룬에서 들어온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박람회에서 오전 내내 시음한 결과 완판이 될 정도로 반응도 좋다. 

엄 과장은 “처음에는 대다수의 고객이 ‘커피 맛이 다 그렇지’ 하고 마셨다가 ‘쓰지 않네?’가 첫 반응이고, ‘향긋하네’라는 반응이 뒤따라왔다. 다 마시고 난 뒤에는 ‘커피 맛있다’라고 평가해 준다”며, “우리는 절대 과 로스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맛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톡에서 채널을 추가해 신청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 로스팅해서 발송해 주고 있다”며, “노마드가 유목민, 방랑자라는 뜻으로 뭔가를 계속 찾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때 아무 맛이나 선택하기도 한다. 그만 방황하고 이곳에 정착해 보라는 뜻에서 회사명이 커피 노마드”라고 강조했다.

그림과 먹거리로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는 기업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스트레스 완화뿐만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최근 사회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문제 역시 감정을 발산하지 못하고, 감정 표현에 능숙하지 못한 문화 때문이라는 연구가 있을 정도로 감정은 사람과 사회를 연결해 주는 중요한 매개체다. 

‘당신의 감정은 안녕하십니까?’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숲 협동조합 힐링플랜트리의 부스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감정 코칭을 받고 있었다.

이곳의 김라미 이사는 중기이코노미에 “산림청에서 인가받은 그루 경영체로 심리상담사, 야채를 키우는 농가, 반려 식물을 키우고 교육하는 사람, 그림책 작가, 디지털비쥬얼라이저, 만다라 아티스트, 메타버스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며, “숲 놀이 그림책이라는 과정을 통해 숲과 사람을 이어주는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힐링 체험까지 할 수 있도록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힐링플랜트리는 주로 어른을 대상으로 수업하는데, 그 도구는 그림책이다. ‘마음아 안녕’과 같은 그림책을 큐레이팅해 놓고, 참가자들의 감정 혹은 참가자를 대표하는 책을 찾아보라고 한 뒤,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연습을 함으로써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19 시절, 온라인 줌으로 수업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각자의 집에서 자신이 선택한 꽃이나 나뭇잎을 가져와 함께 얘기함으로써 치유하는 힘을 스스로 기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야생화 감정 카드’를 개발했다고 한다. 박람회 바로 전날에 출시한 이 감정 카드는 꽃과 감정을 연결해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 이사는 “기쁨, 행복, 불안, 걱정, 화남 친해지고 싶다 등 여러 감정 카드 중에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 카드를 뽑은 후 이야기를 나눈다”며, “카드에 있는 그림들은 AI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불안하다’는 카드 문구는 연꽃과 연결을 했다.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이 예쁘면서도 불안함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울 푸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식은 사람들에게 여러 감정과 추억을 상기시키는 매개체다. 안성사회적경제협의회에 속해 있는 마을도시락은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에게 집밥의 맛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탄생한 기업이다.

유병화 대표는 “마을 활동을 하면서 경기도 따복공동체 지원사업의 지원금을 받아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밥상을 만들어 준 게 시초”라며, “그 과정에서 봉사해 주는 엄마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일하는 엄마들이 ‘무료가 아니어도 된다. 아이들에게 밥상을 계속 차려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어 사회 경제적으로 풀어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이어 초등학교 돌봄교실, 지역아동센터에 대량으로 납품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안성지역에서도 외곽에 있는 곳은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곳이 없어서 마을도식락에서는 도시락 한 개, 두 개라도 배달해 준다고 한다. 덕분에 해당 지역의 돌봄교실이 활성화되는 효과도 있었다고 유 대표는 뿌듯해했다.

아침 간식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안성에 있는 사회적경제기업 5곳이 모여 안성쌀로 만든 주먹밥을 밥 스틱 모양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오는 2학기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스타트를 끊는다.

유병화 대표는 “코로나 때 ‘냉동고 속 엄마들의 상비약’을 콘셉트로 간편 도시락을 만들어 인기를 얻었는데, 현재 품절을 빚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며, “맞벌이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모델은 돌봄을 같이 할 수 있는 곳에 제공하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우리가 이 일을 함께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