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가계도 경기전망 악화…연말 한파 우려

정부, 체감경기 악화일로인데 “경제 살아난다”는 말뿐 

 

기업과 가계의 경기전망이 어둡다. 다양한 유형의 조사결과에서 하나같이 이같은 추이가 나타나니, 체감경기가 안 좋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터다. 이러다 연말 경기마저 ‘한파’라도 몰아치지 않을까 우려되는데, 정부는 여전히 경제가 살아난다는 반응만 보이고 있으니 더욱 걱정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중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1.2로 8월에 비해 1.3p 하락했고, 다음달 전망 CBSI도 92.6으로 한달전에 비해 0.1p 하락했다. CBSI는 전국 3524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경기조사를 한 다음, 업황·자금사정 등 제조업 5개와 비제조업 4개의 주요 개별지수를 표준화해서 합성한 지수다. 특히 제조업은 9월 들어 업황, 생산, 재고, 자금사정 등 주요 세부지표가 모두 하락했다. 

다른 조사에서도 기업들의 체감경기 악화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대한상의가 발표한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85에 그쳤다. 전국 2252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100 이상이면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올해 2분기만 해도 99로 100에 거의 근접했었지만, 3분기 89로 내려앉은 뒤 4분기에는 더 하락했다. 

유형별로 보면, 내수(85)과 수출(86) 지수가 모두 90에도 못 미쳤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중견·중소기업 모두 기준치 100을 믿돌았다. 중소기업은 85로 3분기보다 2p 하락했고, 대기업(86)과 중견기업(84)은 각각 12p, 13p 하락하며 낙폭이 더 컸다.

올해 영업실적이 연초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61.6%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조사(59.2%)보다 소폭 늘었다. 42.0%가 소폭 미달(10% 이내)할 것으로 봤고, 19.6%는 크게 미달(10% 초과)이라고 답했다. 반면 목표수준을 달성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30.4%로 지난해 조사보다 7.7%p 하락했다. 

기업들이 생각하는 실적부진의 원인은 소비부진이었다. 4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대내외 리스크를 복수응답으로 물은 결과, 절반이 넘는 57.2%가 내수소비 위축을 지목했다. 가계경제 악화가 내수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기업 체감경기 악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기업들도 느끼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제는 가계경제도 당분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기가 나빠질 것이란 응답이 54%로 절반을 넘어섰다. 반대로 좋아질 것이란 응답은 16%에 그쳤다. 

좋아질 것이란 전망은 올해 2월 한차례 20%를 기록했을 뿐, 이후 계속해서 15~19%를 오가고 있다. 반대로 나빠질 것이란 전망은 3월 48%를 기록한 이후 4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50~55%를 오가며 절반을 웃돌고 있다. 

향후 1년간 자신의 집안 살림살이를 묻는 질문에도 좋아질 것이란 답이 17%에 그친 반면, 나빠질 것은 31%에 달했다. 살림살이 전망에서는 주관적 생활수준별 차이가 뚜렷했다. 상·중상층은 좋아질 것이란 답이 나빠질 것보다 11%p 높은 반면, 중층은 9%p 더 낮았다. 특히 중하층은 25%p, 하층은 45%p가 더 낮아, 집안 살림살이에 대한 걱정이 심각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가계의 경기전망이나 집안 살림살이 전망이 비관적인데 소비가 늘어날리 만무하다. 이처럼 기업과 가계의 경기전망이 하나같이 우려 단계로 가고 있는데도, 정부는 경기 낙관론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부터가 지난달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러니 내수부진에 대한 지원책이 강도높게 마련될 수 있을리 만무하다.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경기인식을 전환하고 민간소비 지원을 시작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이 아무 대책없이 연말 경기한파에 노출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되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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