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 기반한 미국의 온라인 게임 로블록스(Roblox)는 하루 평균 사용자 수가 4300만명에 달하는 인기 플랫폼이다. 그런데 2021년 6월 전미음악출판협회는 로블록스가 플랫폼 안에서 라이선스 계약없이 가상 음악 재생장치를 통해 음악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해왔다며, 223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송을 제기했다. 로블록스는 전미음악출판협회와 음악 산업 관련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해, 추후 로블록스 내에서 음악을 사용할 경우 음악저작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도록 하겠다는 약정을 함으로써 소송은 취하됐다. 이는 메타버스 상에서의 저작권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 사건으로 회자된다.
현실세계의 다양한 콘텐츠가 메타버스 콘텐츠로 구현되면서 이처럼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메타버스에 구현된 아바타나 패션, 가구 등의 응용미술저작물도 저작권 이슈 대상이 된다.
전병주 법률사무소 비즈 대표변호사는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가 지난 14일 개최한 ‘메타버스와 AI 시장 동향 및 저작권, 지식재산권 이슈’ 세미나에서, “저작권은 메타버스 산업에서 대단히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메타버스나 AI와 관련된 창업을 준비한다면, 저작권에 대해 충분히 알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 연평균 30~40% 고성장=코로나19 이후 몰입형 세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산업에 메타버스가 도입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30~40% 내외의 고성장 산업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제·사회·문화 활동이 상호 연결되는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XR, AI, 빅데이터, 네트워크, 클라우드, 디지털 트윈, 블록체인 등 다양한 ICT 기술의 유기적 연동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미국, 중국, EU,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XR 등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핵심기술에 중장기적 투자를 진행중이며, 메타버스 시대에 대비한 산업 육성지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며 사업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0년 ‘가상증강현실(VRAR) 선제적 규제혁신로드맵’과,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을 발표한데 이어, 2022년 1월 범부처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을을 발표하고 같은 해 7월 메타버스 경제 활성화의 체계적 이행을 위한 ‘메타버스 경제 활성화 민관 TF’를 출범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개인정보보호 등 8대 원칙을 구체화한 ‘메타버스 실천윤리’를 발표했으며, 올해 2월 세계 첫 메타버스 진흥법인 ‘가상융합산업 진흥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8월부터 시행됐다.
◇저작재산권 이용하려면 사전허락 원칙=전 변호사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저작권은 저작물에 대한 권리로 법에 따른 저작물은 ▲소설·시·논문·강연·연설·각본 그 밖의 어문저작물 ▲음악저작물 ▲연극 및 무용·무언극 그 밖의 연극저작물 ▲회화·서예·조각·판화·공예·응용미술저작물 그 밖의 미술저작물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 ▲사진저작물 ▲영상저작물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등이 있다.
저작물, 특히 저작재산권을 이용하려는 경우에는 저작자이거나, 저작재산권자이거나, 저작자나 저작재산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사전에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하며, 일반적으로 권리자를 찾고, 조건을 협의해 이용허락을 받으면 된다.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저작권자를 알수없거나 찾을 수 없는 경우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법정허락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권리자찾기 누리집을 이용하면 권리자 탐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의 저작권은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자, 크리에이터, 최종소비자 등으로 그 지위를 구분할 수 있다. 메타버스 내에서의 저작물은 ▲안무저작물 ▲건축저작물 ▲응용미술저작물 ▲메타버스 내 미술저작물 ▲음악저작물 등이 있다.
안무저작물의 경우 짧고 간단한 기본 스텝 등은 저작물로 보호되기 어렵지만, 아바타가 K-pop 안무를 해당 음악에 맞춰 전체를 모두 이용하는 경우에는 안무에 대한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실공간을 메타버스에 구현하는 경우, 이는 건축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 문제가 될 수 있다. 흔히 보이는 평범함 모양의 건축물은 저작물이 될 수 없지만, 독특한 외관의 카페나 팬션,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자주 구현되는 랜드마크 건축물은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다.
현실의 응용미술저작물을 있는 그대로 메타버스에서 모델링했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한국법원은 영화 명랑에 등장한 왜선(군함) 디자인이 빅스톤이 제작한 선박 소품의 복제물에 해당한다며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바 있다.
메타버스 상에서 아바타가 들고다니는 가방이 현실세계의 상품과 디자인이 같다면, 미술저작물로서의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또한 메타버스 상에서 창작된 디자인이 저작물성이 인정된다면 이를 무단으로 복제·배포할 경우 저작권 침해가 된다.
메타버스에서 흔히 접하는 음악저작물은 사전에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음악저작물을 이용할 때는 작곡·작사·편곡 등 저작자 뿐만 아니라 가수나 연주자(실연자), 음반제작자 등 저작인접권자로부터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전 변호사는 크리에이터는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 내에서 저작물을 통한 수익을 창출하므로 창작·저작재산권에 대한 양수 혹은 이용 허락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저작재산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저작재산권이 침해되거나 반대로 침해한 경우 권리주장자의 저작물 등의 복제, 전송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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