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해상 수출입 운송비용이 급상승하면서 수출입 기업에 상당한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단기간에 상당폭의 급등락을 반복할 경우, 채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상운임 추이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에는 해상운임의 하방 압력이 높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연초부터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가 펴낸 ‘컨테이너 해상운임 변동 특징과 2025년 전망’ 보고서는 “2025년 컨테이너 해운시장은 해운수요의 제한적인 증가, 구조적 공급과잉 지속 등으로 해상운임 하락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글로벌 이벤트 발생으로 컨테이너 해상운임이 상승한 후 하락 전환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홍해의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홍해를 거쳐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항로 대신에 희망봉으로의 우회가 본격화된 2023년 12월부터 해상운임은 한 달간 105%가 상승했고,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가 하락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올해 5월에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해상운임이 2개월간 상승해 그해 7월 초까지 116%가 상승하기도 했다. 이후 3개월간 하락해 10월 하순에는 41%가 감소하기도 했다.
◇해상운임이 상승하는 주요 변수는=보고서는 컨테이너 해상운임이 상승하는 주요 원인으로 ▲항만 적체 ▲항로 통항 차질 ▲해운수요 급증에 따른 병목현상 등이 화주가 이용가능한 선복량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화주들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선복량을 의미하는 가용 선복량은 시장에 투입된 전체 선복량과 차이가 있다. 글로벌 이벤트의 발생으로 선박의 운항일수·항만 대기시간이 증가하면 실제 이용가능한 선복량과 시장에 투입된 선복량 간의 차이가 더욱 커진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2021년 수에즈 운하 선박 좌초 사태, 2023년 수에즈·파나마 운하 통항 차질 등 전 세계 가용 선복량이 감소한 시기에 해상운임도 상승했다.
2020년 당시에는 미국 서부 항만 적체가 심화되면서 선박운항이 지연되고 전 세계 가용 선복량이 1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서부 항만의 컨테이너 대기 선박 수는 2023년 이후에야 기존 수준으로 정상화됐다.
항로 통항 차질의 경우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수에즈 운하 통과 선박 수는 63.3% 감소한 반면 희망봉 우회 선박 수는 54.1% 증가했다.
가뜩이나 희망봉 우회로 가용 선복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수요 급증 병목현상이 어려움을 더했다. 올해 5월 미국의 대중 관세인상 발표로 중국발 조기 선적 수요가 급증해 운임이 재상승한 것이다.
올해 8월 중국 연안 컨테이너 물동량과 미 서부 항만 수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각각 4월보다 19.1%, 17.1% 급증했다. 또 올해 7월 미국의 대중 수입 물동량은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미국 전체 수입 물동량의 약 40%를 차지했다. 8월과 9월 미국의 대중 수입 물동량 역시 각각 역대 3위와 2위를 기록하며 지난 3개월간 대중 수입이 강세를 보였다.
◇美中 경제둔화로 수요증가 제한적=보고서는 이처럼 급등락을 반복하며 수출입에 부담이 된 해상운임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첫 번째로 든 이유는 수요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2025년 들어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이 올해보다 둔화되면서 해운수요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본 것이다.
중국의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 또 미국은 중국의 1위 수출대상국이어서 두 나라의 경제상황은 글로벌 해운수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IMF와 OECD는 내년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WTO는 북미지역 수입 물동량 증가율이 올해 3.3%에서 2025년 2.0%로, 아시아 지역 수출 물동량 증가율이 올해 7.4%에서 내년 4.7%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역시 중국의 경기둔화와 미국 등 OECD의 산업생산 위축으로, 원유공급이 수요를 웃돌면서 2025년 국제유가가 올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세계 1위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올해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3을 기록해 2023년 7월(49.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보고서는 또 “2025년은 컨테이너 선복 공급과잉이 나타나면서 해상운임 하방 압력이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컨테이너 가용 선복량이 증가할 경우 글로벌 해상운송망 차질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유로는 올해 글로벌 신규 선복공급량이 사상 최대규모인데다, 홍해 사태로 인한 선복 감소분을 웃도는 수준이란 점을 들었다.
보고서는 “현재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미 서부 항만과 달리 항만 적체로 인한 글로벌 선복량 감소가 없어, 신규 선복 공급이 가용 선복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마다 컨테이너 운임이 하락하고 있어, 안정적인 선복 공급 증가가 시장에 각인될 경우 운임 하방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부산발 주요 항로 해상운임은 글로벌 이벤트 발생 후 3개월 이내에 하락 전환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미 대선·항만파업은 불확실성 더해=하지만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올해 11월 미 대선 이후, 보편관세 및 대중 관세인상이 현실화되면 중국발 물량 조기 선적 수요 확대”로 일시적으로 해상운임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중국발 조기 선적이 이미 완료돼 과거보다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1월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보편관세와 대중 관세인상 등을 공약한 바 있다. 게다가 2018년 3월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대중 수입품목에 대해 최대 25%의 추가관세 부과 발표 이후 부산발 미국 서부로의 해상운임이 8개월간 108%, 동부로의 해상운임은 65% 상승한 바 있다.
항만파업 역시 또다른 변수다. 보고서는 “2025년 1월 미 동부 항만파업 발생 시 동부 36개 항만의 운영 차질이 우려되며, 항만 적체로 인한 글로벌 해상운임 상승이 우려”된다고 짚었다.
미 동부 항만파업은 올해 10월에도 있었다. 당시에는 3일만에 종료됐는데, 미 동부 항만 노사는 기존 계약을 2025년 1월15일까지 연장키로 합의했다. 따라서 내년 1월 노사협상의 향방에 따라 파업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보고서는 “미 동부 항만이 1일 파업 시 적체된 물동량 해소에 6일이 소요돼, 파업 장기화 시 글로벌 선복량의 최대 15%가 운영 차질을 겪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경우 미 서부 항만으로 우회 선박이 집중되면 미국의 동서부 항만 모두에서 운영차질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운임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내년 초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2025년 1월29일 중국 춘절 시작 직전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과 미 동부 항만파업 시기가 겹칠 경우, 해운시장에 큰 혼란이 초래될 소지가 있어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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