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추경 등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해서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우리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가급적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통상환경 변화,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응해 자본시장 선진화, 산업경쟁력 강화 등 구조개혁 노력을 지속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6일 한은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04년과 2016년의 탄핵 국면과 최근 상황을 비교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40원을 돌파하는 등 급등한 바 있다. 이후 비상계엄 조기 해제, 시장안정화 조치 등으로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 7일 국회에서 1차 탄핵안의 투표가 불성립되자 이후 환율과 주가의 변동성이 크게 늘었다. 1420원대를 오가던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를 다시 넘어섰고, 주가는 지난 9일 코스피지수 2400선이 붕괴되는 등 크게 하락했다.
한은은 “제2차 국회 탄핵안 가결(12월14일) 이후 향후 정치 프로세스와 관련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향후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채권금리나 신용 스프레드 등 금융시장의 주요지표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상승세를 보였으나, 계엄해제 이후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제심리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그 영향을 관리할 필요가 증대”했다는 점이 문제다. 한은에 따르면, 일별 뉴스심리지수(NSI)가 100 내외에서 등락하다 12월 들어 83.2로 크게 하락하며 2022년 12월(82.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언론사 경제뉴스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경기전망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뉴스심리지수는 소비자심리지수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기 때문에, 향후 소비위축과 경기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카드 사용액은 11월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12월 들어서는 증가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과거 탄핵은 투자심리 악화 후 단기간 내 회복
한은에 따르면, 과거 탄핵 당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 등은 단기적으로 불확실성 증대의 영향을 받았으나,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벗어났다.
주가의 경우 과거 두 차례 탄핵 국면에서 투자심리 악화로 하락했다가,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단기간 내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04년에는 수출 호조에 따른 기업실적 개선을 배경으로 상승 추세가 이어지다가 중국의 긴축전환 등으로 상당폭 주가가 조정됐다. 2016년에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로 장기간 주가의 상승 추세가 지속됐다.
환율 역시 국회 탄핵안 가결 전후로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전반적으로는 글로벌 달러화 흐름 등에 영향을 받으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실물경제가 받은 타격은 금융이나 외환시장보다 더 컸다. 2004년에는 카드사태, 부동산경기 둔화 등으로 국회의 탄핵안 가결 이후 소비자심리지수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데 4분기가 소요됐다. 2016년에는 헌재의 인용 결정 이후 빠르게 개선되면서 4개월만에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민간소비는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탄핵안이 가결된 분기를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부진했다.
과거 탄핵과 이번 사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외환경이다. 2004년에는 중국의 고성장이, 2016년에는 반도체 경기 호조가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최근의 대외환경은 과거와 달리 악조건이 산재해 있다. 한은은 “이번에는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며, “이러한 해외요인이 국내요인과 중첩될 경우 경제적 영향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여야정 합의를 통해 지난 두 번의 사례에 비해 경제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경제정책이 정치상황과 분리되어 추진되고 경제시스템이 여야정 합의로 운영된다는 신뢰가 유지될 경우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추경 등을 통해 소비위축 대응과 함께 대외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아울러 “향후 정치상황 전개 과정에서 갈등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질 경우에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한국은행은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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