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당직근무’라는 말을 한번쯤 접해 봤을 것이다. 당직근무의 정확한 명칭은 일·숙직 근무다. 감시, 경비, 긴급보고의 수수 등의 업무를 그 내용으로 한다. 사업장내에 대기하면서 업무의 밀도가 낮은 대기성의 단속적 업무로, 통상의 근로와 같이 취급되지 않고 이에 대해서도 꼭 최저임금 등이 적용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계약에 따라 당직근무에 따른 실비를 지급하는 관행이 형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형식만 당직근무이고 실제 하는 일은 통상의 업무인 경우가 많다. 병원 응급실의 간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당직 도중에 수행하는 업무내용이 본래의 업무가 연장된 경우는 물론이고, 그 내용과 질이 통상근무의 모습과 마찬가지라고 인정된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따라서 이처럼 ‘무늬만 당직근무’이고 실제는 통상근로의 연장에 해당한다면, 연장근로 등으로 보아 연장근로가산수당 등의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준수돼야 할 것이다.
최근 대법원은 판결(대법 2021다220062, 선고일자 2024.11.14.)을 통해, 병원의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등이 병원을 상대로 콜 대기시간 등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이라 주장하며 이에 대해 임금지급을 청구한 사건에서, 이들의 당직과 콜대기 근무 등을 근로기준법상 근로 시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했다.
다만 대법원 재판부는 이들의 당직근무와 콜 대기시간 등이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이뤄지는지 여부와 통상근로와의 근무밀도 등의 차이 등을 고려해 정확하게 살펴 다시 판단하라고 주문했다.
◇사건의 경위=피고는 산업재해근로자의 보건향상과 근로자의 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법인이다. 원고들은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에 소속된 근로자이거나 퇴직한 근로자다.
원고들은 피고 병원의 임상병리사, 방사선기사, 운전기사, 기계·전기기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로 피고 병원을 상대로 당직 및 콜대기 등 당직근무에 대한 보수인 당직수당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한다며, 이를 반영해 재산정한 퇴직금 등을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들이 수행한 당직근무는 그 업무강도가 통상적인 근무시와 달리 현저히 경미하고, 관행적으로 정상적인 업무로 취급되지도 아니하므로 이들에게 지급된 당직수당은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피고는 또한 수술시 간호사의 콜대기 수당 역시 실근로 제공 여부와 무관하게 노사합의에 따라 지급한 약정수당이고, 그 업무강도도 통상근무와 달리 현저히 경미해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이 아니며, 수술실 간호사 및 방사선기사, 임상병리사 등의 콜대기 수당 또는 당직수당이 지급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근무장소가 아닌 자택 등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휴식이 이뤄진바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대법원은 앞서 당직근로에 대해 어떻게 취급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노사분쟁에 대해 판례를 통해 그 기준을 정해 놓은 바 있다. 일반적인 숙·일직 근무가 주로 정기적 순찰, 전화와 문서의 수수, 기타 비상사태 발생 등에 대비한 시설 내 대기 등 업무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숙·일직시 행한 업무의 내용이 본래의 업무가 연장된 경우이거나 그 내용과 질이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로 평가되는 경우라면, 그러한 초과근무에 대하여는 야간·연장·휴일근로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대법원 1995.1.20. 선고 93다46254 판결 등 참조).
이때 초과근무에 포함돼야 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이라 함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바,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중도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 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이를 당연히 근로시간에 포함시켜야 한다(대법원 1993.5.27. 선고 92다2450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와 같은 판례를 법리로 해 원고들의 당직 및 콜대기 근무는 “전체적으로 보아 숙·일직 업무가 아닌 통상적 근로로 보아야 하고, 당직 및 콜대기 시간 전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원고들의 당직 및 콜대기 근무는 병원이라는 근무지의 특성상 환자들의 생명 및 건강유지를 위하여 요구되는 것이고 특히 원고들 중 임상병리사, 방사선기사, 수술실 간호사들이 당직 및 콜대기 근무 중에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과 태양이 평일 주간에 행하는 통상근무와 다르다고 할 수 없는 점, 원고들이 제공하였던 노동의 밀도가 평일 주간근무에 미치지 아니하였더라도 초과근로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임금가산규정의 적용을 쉽게 배제할 수는 없는 점,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호출에 대비하여 자택 등에서 대기한 시간 역시 실질적으로 사용자인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에 놓여있는 시간이라고 봄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당직 및 콜대기 근무시간 전부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고들 일부를 제외한 운전기사와 기계·전기기사, 방사선기사와 임상병리사의 당직근무중 수행한 업무내용, 통상근무와의 차이, 당직근무 중 자유로운 이용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알 수 있는 증거가 없음을 지적했다.
피고 소속 일부 병원의 다른 방사선기사들이 이 사건 청구기간 중 일부기간에 대한 시간외 근무에 대해 근기법상 근로시간에 대한 인정판결이 선고된 사실은 있으나, 원고들 중 해당 시간 해당 병원 근무 방사선기사의 근무 내용 및 태양 등도 이와 동일했는지 등에 대한 판단 자료가 없다는 점도 문제를 삼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고들 중 수술실 간호사, 방사선기사와 임상병리사의 경우 수술실, 영상의학실, 진단검사의학실의 콜 건수 등에 관한 자료가 제출됐으나, 원고들의 수행업무 내용, 통상근무와의 근무밀도 차이, 자택에서 당직 또는 콜대기 중 콜을 받으면 몇 분 안에 출근해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없어 해당 당직 또는 콜대기 근무시간 전부가 실질적으로 사용자인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에 놓여있는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당직 근로 및 콜대기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원심을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원심이 위와 같은 사항들을 심리해, 원고들의 당직 또는 콜대기 근무가 내용과 질에 있어서 그 근무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판결의 의의=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해당 병원 근무 노동자인 원고들의 일·숙직 근무가 통상의 근로와 다르다고 확정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일·숙직 업무를 통상의 근로제공과 달리 취급하는 이유’는 노동의 밀도가 낮고 근로계약 또는 취업규칙에서 정해진 본연의 근로제공과 다르다는 데 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정밀하게 해당 병원 노동자인 원고의 업무를 살펴 판단하라는 취지다. 따라서 파기환송된 재판부에서 해당 기준에 맞게 다시금 살펴 무늬만 일·숙직 근로로 통상의 근로 연장선에서 병원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착취 관행을 해결할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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