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글로벌 통상환경을 풀이하는 키워드로 ‘풍파’가 등장했다. 어느 때보다 모진 풍파에 시달려, 통상환경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3일 펴낸 ‘2025년 글로벌 통상환경 전망- 험난한 風波, S.T.O.R.M.에 대비하라!’ 보고서는 새해 통상환경을 다섯 개의 알파벳 ‘S.T.O.R.M.’으로 풀이했다.
먼저 S는 안보(Security)를 의미한다. 보고서는 “트럼프 2기에서는 경제안보의 대상을 보다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5년은 안보(Security)가 곧 기업 생존(Survival)에 핵심 요소가 되는 해”일 것으로 내다봤다.
두 번째 T는 관세(Tariff)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기간 중 적극적인 관세조치를 약속하며,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까지 표현한 바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트럼프발 관세로 인한 직접적인 리스크가 타국에 비해 적을 수 있다면서도, “기업에게는 단순한 거래 비용 외에 투자, 공급망 변경 등 글로벌 경영전략의 대대적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이밖에 중국발 공급과잉(Oversupply), 자원(Resources)의 무기화, 제조업 부흥(Manufacturing Renaissance) 경쟁 등이 새해 글로벌 통상환경의 핵심 키워드라고 분석했다.
“임기 첫 2년 동안 관세 관련 공약 실현 가능성 높아”
특히 관세의 경우 전세계적인 관심사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 2기 내각은 1기 보다 더 충성도가 높은 인사들로 구성된 데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게 돼 “임기 첫 2년 동안 관세 관련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평가했다.
대중국 관세의 경우 기존 무역법 301조 조치를 활용해 단기간 내 추가적인 관세 부과를 시도할 수 있으며, 중국 기업의 제3국 생산 제품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기업이 제3국에서 생산한 자동차도 중국산 자동차로 간주해 관세를 부과하는 복수의 법안이 최근 미 상원에서 발의됐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 지명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역시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자동차 외에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조치가 부활하거나 강화될 수도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후 협상을 통해 한국산 철강은 수출 쿼터 적용으로 방향이 잡혔는데, 관세의 부활에 따라 대미 수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수입 자동차 등을 지목하며 고율의 관세를 공약한 바 있다. 또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반도체 자체로 수입하기보다는 완제품의 일부로 수입되기 때문에, 중국산 반도체가 사용되는 자동차나 의료기기 등 핵심산업 최종 제품에 부품관세가 도입될 수도 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관세조치 후 제3국의 보복관세가 잇따르면 글로벌 무역질서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으며, 1기에서와 같이 주요국과 양자무역합의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멕시코·캐나다·중국·EU·일본·베트남 등 각국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부터 LNG·항공기·무기 등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공급망 협력 강화, 대미투자 확대 등 관세조치를 피하기 위한 협상안을 모색 중이다.
관세, 대미 수출뿐 아니라 제3국 공급망에도 부정적
보고서는 “관세는 한국의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이 제3국에서 구축한 공급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봤다. 한국의 대미 직접수출 뿐 아니라 우리 기업이 중국, 멕시코, 베트남 등 제3국에 구축한 공급망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천연흑연 등 전기차에 사용되는 핵심광물은 중국의 비중이 높고 단기간 내 공급망 다변화가 어렵기 때문에, 여기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에 이미 투자한 우리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특히 북미3국 자동차 공급망은 통합도가 높아 완성차 단계 전 수차례에 걸쳐 부품이 국경을 이동하는데, 관세가 시행될 경우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보고서는 “관세조치가 시행되더라도 미국 제조 공급망에 대한 우리 기업의 기여도를 적극 설득함으로써 면제를 이끌어내고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대미 수출기업은 미국 내 수입자와의 협력을 통해 관세 조치가 미국 내 생산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적극 소명하고, 미국에 기투자한 기업은 고용창출, 세수 등 미국 경제 기여도를 적극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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