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업들의 새해 1분기 체감경기가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 4분기 이후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한상의가 전국의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를 23일 발표했는데, 전망치가 61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기업경기전망지수는 1차 조사가 11월 하순부터 12월2일 사이 2281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당시에는 1분기 전망치가 72로 집계됐다. 2024년 4분기(85)보다 13p, 1년전 같은 기간(83)보다는 11p가 떨어져 경기전망이 크게 악화됐다. 금리의 급격한 인상 여파로 경기전망이 크게 악화된 2023년 1분기(7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인해 크게 변화된 경기전망을 반영하고자 진행한 2차 조사는 올해 1월 초중순 지역·업종 등을 비례할당해 추출한 41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1차 조사보다 11p 추가 하락했다. 제조업 경기전망지수가 70을 밑돈 것은 지난 2020년 4분기 58 이후 처음으로 4년만이다.
대한상의는 “정국불안, 강달러, 트럼프 정책기조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가 기업심리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매출액·영업이익·자금사정…모두 부정 전망 확산
경기전망지수의 세부항목을 보면 매출액, 영업이익, 자금사정 등이 모두 1차 조사에서는 74~79 수준이었으나, 2차 조사에서는 매출액이 61, 영업이익은 59로 10p 이상 하락했다. 2024년 4분기에 비하면 매출액은 21p, 영업이익은 19p나 내려앉았다.
대한상의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12월에 크게 하락했고, 1월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부정 전망이 크게 우세하다는 점을 들며 “기업의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과 환율 변동성 확대로 자금사정 지수도 64에 머물러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 지수의 경우에는 85를 기록하며 다른 부문에 비해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2024년 경영실적이 좋았다면 상대적인 하락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달랐다. 2024년 경영실적이 연초에 계획했던 영업이익 목표치를 달성했느냐는 질문에 10% 이내로 소폭 미달했다는 응답이 35.6%에 달했다. 10% 이상 크게 미달했다고 답한 기업도 15.4%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 목표치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치를 달성했다는 기업은 39.7%였고, 연초 목표치를 초과해 달성했다는 응답은 9.3%로 조사됐다.
올해 경영리스크, 정치 불확실과 환율변동성 우려
기업들은 올해 경영실적에 영향을 미칠 리스크(복수응답)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48.0%)과 환율 변동성 확대(47.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내수소비 위축(34.9%)과 트럼프 2기 통상정책(24.9%)을 리스크로 지목한 기업도 적지 않았으며, 고금리 장기화(17.6%), 해외수요 부진(13.5%)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는 “대내외 악재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의 발빠른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의 정치 불확실성이 소비 위축, 투자 감소 등 우리 경제 전반의 성장 둔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당국이 예산 조기집행, 추경 편성 등 과감한 재정정책과 소비활성화 대책을 통해 내수를 자극하고, 고환율로 채산성 악화를 겪는 기업에 대해 맞춤 지원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환율 등 외환시장 안정세가 이어지도록 대외신인도 관리를 지속해야 나가야 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민관이 함께 미국과의 소통과 협상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대해서는 “여야가 모두 필요성을 인정한 12개 무쟁점 법안에 대해 경제계가 뜻을 모아 연내 통과를 요청했지만 인공지능특별법만 유일하게 통과됐다”면서, 첨단분야 투자지원 확대를 비롯한 주요 법안의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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