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AI 경쟁 더 심화…AI 시장은 한층 커질 듯

중국 딥시크가 뒤흔든 세계 AI 패권전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딥시크는 짧은 개발 기간낮은 비용창의적인 접근 방식오픈 소스라는 장점 등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줬다딥시크의 AI 어시스턴스 앱은 단숨에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 1위에 등극했다고성능 반도체 없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이 정도 수준의 서비스를 만들어낸 것이 화제가 된 만큼 ‘AI를 개발하는 데 엔비디아의 최신 고성능 GPU가 굳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이에 딥시크의 성능이 공개된 이후 1월 27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3% 하락했으며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만에 17%가 폭락하면서 시가총액 약 6000억 달러(한화 약 840조원)가 증발했다.

 

더군다나 딥시크는 중국의 수많은 AI 스타트업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전 세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현재 중국에서는 딥시크뿐만 아니라 문샷AI, 즈푸AI, 바이촨 등 쟁쟁한 AI 스타트업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AI 파장은 앞으로 글로벌 AI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은 미중 AI 경쟁 구도의 심화다앞으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는 더욱 강해질 수 있고이에 맞서 중국은 자체 반도체 공급망 구축과 일정 수준의 반도체 국산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다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이미 중국은 2014년부터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국가자본 투입을 강화해 왔다중국이 2024년 5월에 발표한 3기 반도체 투자 기금의 규모는 3440억 위안(한화 약 64조원)에 달한다현재 화웨이알리바바바이두 등 IT 기업이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앞으로 중국 내 AI 시장이 확대된다면 AI 반도체 개발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미국 엔비디아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그간의 독과점 체제는 깨질 수 있다.

 

딥시크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미국의 빅테크 기업처럼 고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우수한 성능의 AI를 개발할 수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앞으로 AI 시장은 각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면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딥시크는 멀티모달 AI 모델인 야누스 프로(Janus-Pro)’까지 공개했다이에 비춰 본다면 대형언어모델뿐만 아니라 음성이미지동영상까지 다루는 멀티모달 AI’나 로봇드론자율주행차 등 물리적 장치와 결합한 피지컬AI’에 이르기까지 AI 업계 전반에서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딥시크의 충격이 국내에도 번지고 있다. 이와관련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반도체 특별법에는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 업무 종사자의 주52시간 상한제 적용 제외 등이 담겼다. 그런데 오래 일하면 성과가 나올까? 적정한 시간으로 일하면 성과가 나오지 않는 걸까? 혁신과 관련해 근본적인 질문을 먼저 던질 필요가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AI산업 위해 꺼내든 반도체 특별법노동자 희생 강요가 혁신인가

 

한편중국의 딥시크 공개로 인한 충격이 국내에도 번지고 있다이로 인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반도체 특별법이다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 정부와의 논의 끝에 당론으로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했다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산업을 위한 정부의 직접 보조금 지원반도체 산업에서 신상품 및 연구개발 업무 종사자에게 주52시간 상한제 적용 제외 등을 담고 있다이 법안은 최근 딥시크의 충격 여파로 논의가 가속화되며, 2월 중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반도체 산업에서 신상품 및 연구개발 업무 종사자에게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제외’ 조항이다경영계는 기술력이 좌우하는 반도체 산업의 국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니고소득 연구개발(R&D) 인력에 한정해 노동시간 적용을 예외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반면 노동계는 이미 현행 근로기준법에도 재량선택탄력특별 근로시간제 등 다양한 노동시간 예외 제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또한 특별법을 통해 노동시간의 예외 규정을 두면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법제의 기본 원칙과 규율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주52시간 상한제 적용을 폐지할 것을 완고하게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근본적인 물음을 먼저 던질 필요가 있다.

 

오래 일하면 성과가 나올까적정한 시간으로 일하면 성과가 나오지 않는 걸까이미 반례가 있다. SK하이닉스는 특별연장근로를 도입하지 않고도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납품하는 등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으며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넘어섰다또한 딥시크는 기존 AI 학습과는 다른 접근방식으로 비용을 줄여 AI 모델을 만들었다연구개발 분야의 혁신은 창의성에 달려 있다창의성이 발휘되려면 실무자의 혁신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조직문화자율적인 업무 분위기연구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이를 위해 선행돼야 하는 것은 경영진의 혁신조직문화 개선현장 의견청취 및 노동자의 자율성 존중인력 충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이며 이는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우리나라는 법정근로 주40시간에 12시간의 예외를 둔 것이지52시간을 일하는 것이 기본이 아니다경영계와 국민의힘의 주장은 여기서 또 예외를 만들자는 것이다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이 2021년 11월 공개한 사업체 특성별 산업재해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 미만인 업체의 산재율은 0.101%였지만 52시간 이상은 0.484%로 4.8배 높았다노동자들의 동의를 받아 진행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나이는 기업이 노동자에게 얼마든지 압박을 줄 수 있다는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총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으면서 특정 시기의 노동 유연성을 늘리는 것 역시 문제가 된다. 2017년 게임회사에서 일하던 20대 개발자가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를 앞두고 장시간 노동을 하는 관행)로 사망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야근을 하더라도 수당이 주어지지 않는 포괄임금제를 지적하기도 한다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은 채 공짜 야근을 강요당한다면 과연 어떤 인재가 혁신을 발휘할 수 있을까52시간 상한제 적용을 폐지할 경우인재 유출 및 고갈의 우려도 있다전 세계가 반도체로 각축전을 벌이는 만큼국내 R&D 노동환경이 악화될 경우 고급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는 부작용에 맞닥뜨릴 수 있다반도체 업계에서 주52시간을 넘겨 일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된다면해당 업계로 진로를 탐색할 미래 인재도 줄어들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R&D 예산 삭감으로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파괴했다연구개발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파괴해 놓고이제와서 노동자를 쥐어짜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 과연 혁신인지 의문이다먼저 돌아봐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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