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대기업의 경기전망이 두 분기 연속으로 중소기업보다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발 관세 충격에 노출된 대기업들의 전망이 크게 악화된 결과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국 제조업체 211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2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79로 집계됐다. 1분기보다는 체감경기를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기준치(100)에 비하면 부정적인 전망이 크게 높았다.
최근 기업경기전망지수 추이를 보면, 2023년 1분기 74에서 2분기 94로 뛰어오른뒤 2024년 2분기에는 99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점차 하락했고, 새해 들어 1분기 61까지 내려앉았다. 한분기만에 70대까지 회복했지만, 여전히 경기전망이 80을 밑돌아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부진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이 71로 중견기업(83)과 중소기업(79)을 밑돌았다. 모든 기업들의 전망이 큰 폭 내려앉았던 1분기에도 대기업은 56으로 중소기업(59)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었다. 내리 두 분기 연속으로 대기업의 경기전망이 중소기업보다 더 부정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공급망 노출도가 높아 관세 등 대외정책 변화에 민감한 대기업의 체감경기지수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고 짚었다.
철강·자동차 등 트럼프 관세영향 업종 특히 부정적
실제로 트럼프정부 관세정책이 가시화되면서 철강, 자동차 등 직접 영향권에 있는 업종의 부진이 두드려졌다.
철강(59)의 경우 전방산업 침체에 따른 수요부진이 누적된 상황에서 관세인상, 저가덤핑 등 악재가 쌓이며 지수가 1분기(56)에 이어 두 분기 연속으로 60 이하를 기록했다.
자동차(74)업종도 미국·EU 중심 무역장벽 강화, 중국과의 글로벌 경쟁 심화로 수출여건이 악화되며 체감경기 전망이 부진했다. 54까지 떨어졌던 1분기보다는 반등했지만, 여전히 전체 업종 전망치를 밑돌았다.
수출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87) 업종의 경우, 트럼프 집권 이후 대중국 수출통제가 강화되고, 무역정책 불확실성도 지속되며 전망이 악화됐다. 이뿐만 아니라 내수산업인 식음료(80) 업종도 원재료가격 상승과 고환율 부담 누적으로 최근 제품가격 인상에 나서는 등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화장품(97) 업종은 중국의 한한령 해제 기대로 인한 대중 수출 회복전망과 함께 올 초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전망을 보였다.
보합세를 기록한 의료정밀(100) 업종 또한 중국의 내수진작책에 따른 미용·의료분야 소비 회복 기대감에 가장 높은 지수를 기록했다.
제조기업 10곳 중 4곳, 매출 목표 지난해보다 낮춰
대내외 불안요인이 지속되면서 올해 매출실적에 대한 기업들의 목표치도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제조기업 39.7%가 올해 매출 목표치를 지난해 목표보다 낮게 설정한 것이다. 목표로 설정한 매출수준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크게 하락한 기업도 9.6%로 적지 않았다.
올해 투자 계획의 경우, 지난해보다 투자계획을 낮춰 잡은 기업이 36.6%로 높게 잡은 기업(16%)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사업실적에 영향을 미칠 대내외 리스크(복수응답)로 내수경기 부진(59.5%)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40.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트럼프발 관세정책(34.8%)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21.8%)을 지목한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이 밖에 고환율기조 지속(20.5%), 자금조달 및 유동성 문제(12.7%) 등의 답변이 뒤따랐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미국의 관세압박에 대응해 기업들은 협력가능성이 높은 조선, AI, 반도체 등 전략산업에서 투자와 성과 등을 협상카드로 제시하고, 정부와 국회는 미국 연방정부를 비롯한 지역의원들과도 외교채널을 구축해 적극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수·투자 활성화를 위한 보다 과감한 인센티브 정책을 실시하고, 관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제조업기반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해 보호무역 기조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