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S 선정 안된 스타트업…경쟁력이 있을까”

대기업과 시너지 낼 사업인지도 고려…심사역 선호 스타트업은 

 

투자 혹한기에도 투자를 유치하는 스타트업이 존재한다경쟁이 치열해진 투자유치 시장에서 심사역들이 선호하는 스타트업의 요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심사역이 선호하는 스타트업 유형으로는 우선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선정 여부다. 또 ▲현실적인 재무계획이 있는지,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느냐도 투자결정에 중요한 고려요소라는 조언이 나왔다.

 

박성현 아스테란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서울테크노파크가 24일 개최한 서울테크노파크 투자유치 세미나에서, 심사역들이 선호하는 스타트업 유형을 이렇게 소개했다. 

 

◇리스크 적고 검증된 기업에 투자=박 이사는 투자업계 현황 및 투자유치 전략 발제를 통해, 지난해 모태펀드 운용사로 선정이 되고도 LP(유동성공급자)를 구하지 못해 GP(위탁운용사지위를 반납한 VC(벤처캐피털)가 절반이 넘었다며투자업계의 어려움을 전했다.

 

펀드운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VC는 수익률이 낮더라도 손실 리스크를 줄여 운용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다따라서 리스크가 적고 검증된 후기 라운드 기업에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가 필요한 벤처기업도 기업의 재무환경이 악화되면서 존속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기존 투자라운드에서의 기업가치 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해 신규투자를 유치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도 했다명품플랫폼 A사는 몇년 전 시리즈C단계 투자에서 3000억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받았지만최근 신규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441억원으로 추산된 가치로 투자를 받아야 했다는 것이다.

 

신규투자를 하려는 VC들은 기존라운드 투자를 한 투자자들도 낮아진 밸류에 후속투자를 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페이투플레이를 요구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기존 투자자들은 기업을 살려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후속투자에 참여해야 한다.

 

투자업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사역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심지어 고유자금으로 미국 유가증권 매매를 하고 있는 VC도 있다는 것이 박 이사의 전언이다.

 

◇심사역이 선호하는 스타트업 유형=얼어붙은 투자시장에서도 투자를 유치하는 기업들이 있다박 이사는 심사역들이 최근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를 선호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TIPS프로그램 선정 여부는 심사역들의 최소투자 가능 요건이 되고 있는 추세다. 즉 ‘TIPS 지원금조차 받지 못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어떤 경쟁력이 있을 수 있는가라는 것이 VC들의 인식이다.

 

BEP(Break-even point, 손익분기점)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모든 기업가가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개념이다박 이사는 초기단계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이익을 내지 못해도 BEP를 달성하기 위한 자금의 사용방향현실적인 재무계획을 고민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CVC의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느냐도 투자결정에 중요한 고려요소다박 이사는 대기업의 생존과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신사업 추진동력 확보를 위해 CVC가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일수 밖에 없다며, CVC 투자를 유치하거나 최소한 대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VC들은 한국시장에서 스타트업 IPO가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M&A나 세컨더리 펀드를 통한 EXIT 전략을 선호한다는 것이 박 이사의 진단이다.

 

 

또한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은, 있어서 좋은 서비스나 재화가 아니라 없을 때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것이 돼야 한다고 소개했다경기침체로 인해 내수시장이 악화돼 있는 만큼 B2C보다는 B2B 기반 사업이 유리하고, 최근에는 AI, 반도체의료기기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되고 있으며 그 외에는 소재부품장비 베이스의 기술력 기반 실물재화 생산업체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심사역들과 소통이 쉬운 대표자인가도 중요한 고려요소다박 이사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기술자로서의 역량은 출중할지 몰라도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은 부족할 수 있다며기업성장을 위해서는 조직관리재무관리대외소통 역량 등 기술적 역량 외에도 중요한 요소들이 많다고 했다특히 투자경험이 많은 심사역들의 쓴소리와 조언을 수용하고, 소통이 용이한 대표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지원금을 적극 활용해야=박 이사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를 주저하는 최근 VC의 추세를 볼 때, 지분율 하락이나 이자납입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공공기관 지원금을 적극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또한 해당 지원금을 소진하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TIPS 프로그램에 선정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R을 할때는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만큼 IR자료는 최대한 간결하고 직관적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서술형 콘텐츠 보다는 최대한 직관적인 그래프도표숫자 위주로 작성하고 시장분석 시장의 문제 문제 해결방법 팀 구성 경쟁자 분석 비즈니스 모델 재무추정 등 필수 콘텐츠가 일목요연하게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박 이사는 나쁜 기업은 없다면서도, 심사역은 더 큰 수익을 가져달 줄 기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으므로 거절당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타트업 대표들 또한 하나의 VC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여러 VC를 만나보고 자신과 맞는 투자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