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야 산다…탄소배출 감소 기술로 중기 숨통

혁신 기술 보유한 국내 기후테크 기업…경기도 기후테크 전시회 

 

기업이 별도의 전문지식이 없어도 데이터 자동 연동기능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분석하고, 온난화에 치명적인 냉동 공조기의 냉매가 누출되는 현황을 실시간 감시함으로써 기업의 비용 절감에 도움을 준다. 또한, 그동안 재활용 폐기물로 내다 버렸던 플라스틱이 또 다른 쓰임새 있는 제품으로 재가공돼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 

 

지난 15일부터 2일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한 2025 경기도 기후테크 전시회(2025 Gyeonggi-do Climate Tech Exhibition)에서 소개된 국내 기후테크 기술이다. 이 외에도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될 수밖에 없던 플랜트 업계의 친환경화를 돕는 기술과, 영양은 높이고, 환경문제는 해결해 상용화 전부터 국내외 농업 관련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스타트업도 있다.

 

이런 국내 기후테크 기업의 기술은 우수성과 혁신성을 인정받고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가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을 들고나온 기업들을 만나봤다.

 

기업의 업무시스템 전환으로 ‘탄소배출’ 저감 고민 해결

전문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중소기업은 탄소중립 대응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최근 경기도가 데이터 자동 연동기능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손쉽게 분석 및 관리할 수 있는 ‘중소기업 기후 경영 서비스’를 가동했는데, 이 서비스의 개발사로 참여한 지구테크 스타트업인 오후두시랩㈜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 회사의 김신석 이사는 “기업을 위한 탄소 회계서비스인 그린플로 비즈니스(greenflow Business)와 제품 단위 전과정 탄소 측정을 해주는 그린플로 임팩트(greenflow Impact)로 크게 나눌 수 있다”며, “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글로벌 표준에 따라 쉽게 계산하고 확인할 수 있는 형태의 사스 서비스가 그린플로 비즈니스이고, 그린플로 임팩트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상으로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준다”고 설명했다.

 

우선, 김 이사는 그린플로 비즈니스를 개발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기업의 탄소발생량을 계산할 때는 글로벌 표준이 존재하는데, Scope 1은 기업 자체적인 활동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Scope 2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뭔가를 하진 않았지만, 전기와 열 같은 에너지를 쓰면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일컫는다. Scope 3은 Scope 1과 Scope 2를 제외한 모든 온실가스를 지칭한다. 일례로, 이벤트 개념으로 나눠주는 볼펜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벤트를 개최하는 기업이 만든 제품은 아니지만, 볼펜을 주문하면서 제조기업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운송 및 유통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활동을 계산하려면 입력해야 하는 데이터도 방대할뿐더러, 활동 데이터 단위도 천차만별이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이 많았다. 

 

그는 “그린플로 비즈니스는 사스 형태로 최대한 쉬운 포맷으로 입력을 도와줄 수 있어 필요할 때마다 기업에서 쉽게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재 이 서비스는 경기도,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KEIA(한국환경산업협회)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 친환경 화장품 기업 타가(taga) 등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때는 프레임워크(Framework)가 있지만, 제품의 경우에는 정보가 방대해 기업 입장에서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워낙 종류가 다양하고, 들어가는 공정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에 오후두시랩은 기업이 제품을 만들 때 원재료 생산부터 가공, 사용, 폐기에 이르기까지 탄소배출량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알려주고, 활동데이터를 입력하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 그린플로 임팩트를 통해 컨설팅 형식으로 돕고 있다고 했다. 

 

지구 온난화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는 수소불화탄소의 누출을 미리 감지하고, 콜드체인 모니터링을 통해 기업이 탄소중립 정책에 쉽게 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기업도 있다.

 

위앨리스(we allys) 이석무 대표는 “각 기업의 냉매 시스템에 쓰이는 수소불화탄소의 한 달 누출량은 연간 1600만대의 내연기관 차량이 내뱉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다”며, “냉매가 누출되면 그 부분을 교체하거나 수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안에 있는 냉매 가스를 모두 빼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업에서 사용하는 대형 냉동 공조기는 프레온계 냉매기를 써서 차갑게 돌리는데, 이것이 누출되면 지구 온난화에 심각한 위해를 가한다”며, “냉매 누출 감지기술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동안 기업에서는 사람이 수동으로 감지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다. 그러다 보니 새벽 시간에는 감지가 어렵고, 감지했을 때는 이미 누출의 농도 자체가 짙어져서 장비 자체를 교체해야 해 비용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기존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게다가 앞으로는 냉동 공조기 누출 기준도 강화될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공조기의 냉동 능력으로 누출 기준선을 설정하고 있는데, 현재는 대형 냉동 공조기 기준인 20알티(RT)로 적용하고 있지만, 20알티 이상의 대형 냉동 공조기는 시장에서 5% 미만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몇 년 후에는 10알티 이하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석무 대표는 “현재 전국에 20알티 이상의 대형 냉동 공조기는 1만5000대 정도이지만, 10알티 수준의 냉동 공조기는 33만7000대로 확인된다”며, “규제 대상이 넓어질수록 냉매 누출 감지 솔루션은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앨리스에서 개발한 IoT 기반 냉매 누출 감지시스템은 스마트폰, 웹으로 누출 현황을 감지하고, 감시 주기 설정, 통계 등을 손쉽게 할 수 있다. 공조기 안에서 레이더 방식으로 냉매 누출을 감지해 주기 때문에 공조기 안에 부착만 하면 돼 설치도 쉽다. 그리고, 결과는 전국 단위의 맵으로 구축돼 어느 지역, 어느 산업단지에서 냉매 누출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환경부 차원에서 검증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도 기반 구축에도 도움을 준다.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데 큰 단점 중 하나로 지목됐던 예산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탄소포집저장(CCS) 시장에 바람을 일으킨 기술도 있다.

 

㈜지오에이치텍 김일용 CTO는 “대량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력발전소나 시멘트 공장 주변에 흡수탑과 재생탑을 갖춘 이산화탄소 포집 공정 플랜트를 구축한 뒤, 흡수탑에서 재생탑으로 이동한 이산화탄소를 열분해해 99.9%의 고순도 이산화탄소로 포집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산화탄소를 분리할 때, 분해를 시킬 수 있는 정도의 온도까지 열을 높여 분리하는데, 이때 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며, “이 포집 기술력이 업계에서 인정받은 이유는 에너지가 가장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일례로, 500메가와트(MW)의 화력발전소의 경우, 일 년에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이 0.1기가줄(GJ) 당 150억원이다. 즉, 수백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기술의 핵심은 바이카보네이트 형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흡수는 잘하면서도 결합 자체가 상대적으로 약해 분리할 때 에너지가 덜 들기 때문이다. 우수한 포집력은 유지하면서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강도를 조절하는 게 핵심 기술인 것이다. 지오에이치텍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이 기술을 현물 투자받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오는 5월~7월에는 평택 블루수소생산기지에, 올해 하반기에는 범한메카텍에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인해 여전히 우리 기업의 투자는 저조한 편이다. 김일용 CTO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시멘트 공장의 경우 포집 공정까지 하려면 제조원가의 2배가 상승한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서는 차라리 탄소배출권을 사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그래서 대기업조차 정부 지원에 의해서만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를 짓고, 자체적으로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친환경 정책에서 뒤처지고 있는 국내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기업의 친환경 정책은 소비자에게도 직접적인 ‘이익

 

기업의 친환경 정책은 소비자에게도 직접적인 이익으로 다가온다. 위앨리스(we allys)는 앞서 설명한 냉매 누출 감지시스템 외에 콜드체인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선뵀다.

 

이석무 대표는 “최근 신선식품을 섭취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면서 콜드체인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전에는 콜드체인 모니터링 시스템이 주로 의약품에 편중돼 있었고, 신선식품은 수동으로 모니터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에 위앨리스는 게이트웨이(Gateway)라는 센서를 개발했다. 각 센서와 센서는 매시 네트워크(Mesh Network)로 통신하면서 게이트웨이로 데이터를 전달하는데, 이를 통해 차량 내 온도와 습도, 차량의 충격이나 움직임, 진동 상태 등을 모두 취합한다. 또한,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당 차량이 어디에 있고, 적재된 물품이 어떻게 배송되고 있는지를 종합해 판단한다. 

 

따라서, 소비자는 배송일과 같은 단순한 정보 외에 산지에서 어떻게 재배됐고, 어떤 단계를 거쳐 오는지, 어떤 온도로 관리되고, 배송이 되고 있는지를 모두 알 수 있다.

 

현재 이 시스템은 서울우유의 각 지방 대리점과 실증을 진행하고 있고, 바이오 시약 제조사와의 실증을 통해 의약품 분야로의 확대도 노리고 있다. 

 

코팅 완효성 비료를 개발해 국내외 농업 기업의 관심을 받는 스타트업도 있다. 

 

㈜플랜트너(PLANTNER) 박주형 COO는 “기존에는 보통 화학비료나 퇴비 같은 단순 유기질 비료를 사용해 왔는데, 우리는 그것의 대체품으로 친환경 비료인 코팅 완효성 비료를 만들었다”며, “완효성이라는 성질은 해조류 추출물인 알긴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알긴산 성분으로 비료를 코팅했을 때 코팅막의 성분 방출을 조절할 수 있는 성질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코팅 완효성 비료를 토양에 투여하고, 식물에 적용하면 영양 유실률은 낮추고, 식물로의 영양 전달 효율은 높이면서, 그동안 유실로 인해 발생했던 토양 산성화 등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박주형 COO는 “매실, 배추, 돌산갓 등의 작물로 국내에서 실증 진행한 결과, 최소 8%에서 최대 20%까지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며, “현재 여수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받아 국내에서 계속 실증을 진행하고 있고, 베트남 국립호찌민대학교와 함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플랜트너가 베트남을 꼽은 이유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한국과 네트워크가 가장 많이 형성돼 있는 국가이면서, 농업시장이 연간 1조5000억원 규모로 거대하기 때문이다. 현재 플랜트너는 베트남의 최대 곡창지대인 메콩델타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박 COO에 따르면, 베트남은 올해 하반기부터 지역별 농민조합을 대상으로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고, 국내에는 지역 농협을 대상으로 내년 1~2월에 판매를 진행할 계획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가공해 다시 기업에 돌려주는 스타트업도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에코넥트(ECONNECT) 김미숙 담당은 “플라스틱 폐기물들을 종류, 색깔, 쓰임에 따라 종류별로 분류해 원료화시킨 후, 쓰레기봉투, 필름, 혹은 샐러드 케이스 등 다른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가공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기업에서 나온 플라스틱 폐기물을 받아 해당 기업에 다시 돌려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김미숙 담당은 “현재 협업하고 있는 기업도 마트 관련 기업, 농업 기업”이라며, “이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제품으로 재가공하기 때문에 서로 윈-윈 하고 있는 형태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통해 진정한 리사이클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