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美 관세에 현지생산 대신 “원가절감”

철강은 두자릿수까지…3국 기업 모두 매출 감소 우려 

 

한중일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정책에도 불구하고 현지생산 확대보다 원가절감을 주요 대응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4월 초중순 사이 한중일 3국의 매출액 1000대 제조기업 중 각각 101개사씩 총 303개사를 대상으로 한 미 관세정책 대응 설문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트럼프발 관세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한 대응전략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서 한국 기업 46.0%, 중국 61.0%, 일본 41.0%가 ‘원가 및 비용 절감’을 꼽아 세 나라 모두 해당 항목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반면 ‘미국 현지 생산·투자 확대’라는 응답은 한국 기업 11.0%, 중국 17.0%, 일본 21.0%에 그쳤다. 일본 기업은 여러 대응방안 중 현지생산의 순위가 두 번째로 높았으나, 한국과 중국 기업들은 수출 시장 다변화나 대체 공급원 확보 등을 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한국기업 매출 4%↓…3국 모두 미 관세 충격 상당폭

 

세 나라 기업 모두 미국의 품목별·상호 관세 조치가 본격화될 경우, 내년도 매출액이 상당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적인 예상치를 보면 한국 기업은 내년도 매출액이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은 평균 6.7%, 일본은 평균 7.2% 줄어들 것으로 봤다. 구간별로 나눠서 보면, 한국은 0~5% 감소할 것이란 응답이 37.6%로 가장 많았다. 중국 역시 0~5% 감소가 29.7%였고, 일본은 15~20%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26.7%로 가장 많았다. 

 

업종별로 보면, 나라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반도체·전자 ▲자동차·자동차부품 ▲기계 및 산업장비 ▲철강 및 금속제품 등 주력 수출업종에서 5~10% 이상 매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응답 비중이 높았다.

 

한국은 기계 및 산업장비의 내년도 매출액이 12.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서 철강 및 금속(8.7%↓),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7.2%↓) 등의 피해가 클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은 철강 및 금속제품(11.7%↓), 기계 및 산업장비(8.3%↓) 등의 매출 감소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은 반도체·전자제품(10.4%↓), 철강 및 금속제품(10.5%↓) 등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업종으로 꼽혔다. 

 

3국 평균을 보면 ▲철강 및 금속제품이 가장 큰 하락폭(10.3%↓)을 보일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서 기계·산업장비(8.7%↓), 자동차·부품(7.1%↓), 컴퓨터관련장비(6.4%↓), 반도체·전자제품 (5.1%↓), 기타(4.3%↓), 석유·화학제품(3.3%↓), 통신장비(2.2%↓) 순이었다.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한 정책에 대응한 투자계획을 묻는 질문에서 한국 기업은 투자계획의 변경이 없다는 응답이 74.3%로 3국 중 가장 많았다. 일본은 61.4%가 변경 없음이라 답했고, 중국 기업은 변경 없음(38.6%) 응답 비율이 3국 중에 가장 낮았다. 

반대로 현재 검토중이란 응답은 일본(27.7%), 중국(20.8%), 한국(19.8%)이 뒤를 이었다. 

중국은 투자 확대 응답이 28.7%로 3국 중 가장 높았다. 한경협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고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투자 확대를 고려하는 배경으로 대규모 정부 보조금에 기반한 전략기술 자립화 정책 지원, 위안화 약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세 나라 기업들은 지역 무역협정에 대한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RCEP, CPTPP, 한중일 FTA 등이 미국 관세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지를 묻는 질문에, 중국 기업들의 동의 점수가 75.2점(100점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중립은 22.8점, 비동의는 2점에 그쳤다. 

반대로 한국 기업은 동의(38.6점)가 비동의(12.9점)보다 높았지만, 중립이 48.5점에 달했다. 일본은 비동의(22.8점)가 동의(20.8점)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고, 중립 비중이 56.4점으로 가장 높았다. 

미국의 관세 리스크로 인한 대외여건 및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 바라는 점 역시 한국과 일본 기업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공통적으로 정부에 세금 감면(한 58.0%, 일 41.0%), 재정 또는 보조금 지원(한 58.0%, 일 39.0%), 그리고 관세 감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한 46.0%, 일 58.0%) 등을 희망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은 한일과 다르게 신시장 개척 지원(60.0%)이란 응답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이어서 관세 감축 외교 노력(58.0%), 국내 산업 투자(47.0%) 순이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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