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봄 분양 성수기가 무색하게 공급이 없다. 지난 4월 견본주택을 구경하기 딱 좋은 봄 날씨가 도래했지만, 전국의 기분양 아파트는 총 7개 단지 5544세대(4월15일 조사 기준)에 그쳤다.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분양 공급 성적도 평년보다 저조한 편이다. 총 33개 단지 2만2545세대가 공급됐는데, 지난해 동기 4만2234세대보다 무려 46.6%가 감소한 수치다. 이는 2015년(4만8872세대) 이후 1분기 조사 기준 역대 최저치에 속한다.
2015년 이후 1분기 중 2016년(5만1047세대), 2018년(5만5140세대), 2021년(5만5427세대), 2022년(6만2294세대)은 각각 5만~6만 세대씩 아파트를 공급했다. 하지만 2023년 1분기 2만4424세대로 공급이 많이 감소했고, 2024년(4만2234세대) 반짝 회복하다, 올해 다시 2만호 대로 관련 수치가 주저앉은 모습이다.
특히 글로벌 메가시티로 꼽히며 인구 약 959만명을 품은 서울은 올해 1분기 단 1개 사업장 1097세대(서초구 래미안원페를라)만 공급하는 데 그쳤다. 2021년 1분기 1027세대(3개 사업장) 공급 이후 역대(2015년 이후) 2번째로 낮은 수치다.
아파트 분양시장의 저조한 공급진도율 이면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높은 공사비와 꾸준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문제다. 최근 몇 년간 철강, 콘크리트 등 건설자재 가격이 인상하며 건설사들의 사업원가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아파트 분양사업장의 판매 성공과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만들고, 주택 공급자의 신규 착공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2022년 하반기 본격화한 고금리 환경과 위축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은 건설사 자금조달의 걸림돌이다.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분양수요가 낮은 지방 주택시장은 건설사들이 신규사업을 시작하는 데 자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말 불거진 정치적 불확실성은 건설사의 아파트 분양시기 조율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 2024년 12월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결정 등이 이어지며, 재건축·재개발 정책(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 등)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택지 발표 등 공급정책이 지연되고 있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를 지켜보려는 시장 관망은 올해 상반기 아파트 분양시장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서울 등 수도권은 높아진 아파트 분양가에도 청약 대기수요가 탄탄한 편이지만, 5만 가구를 넘긴 지방 중심의 아파트 미분양 적체 현상은 수도권과 지방 분양시장의 청약 양극화를 키우며 건설사들이 공급을 꺼리고 있다. 2025년 2월 기준 지방 아파트 미분양은 총 5만2461세대인데, 이 중 준공 후 미분양이 1만9179세대로 곧 2만호를 돌파할 전망이다. 미분양이 지속하는 지역은 낙인효과로 인해 신규 인허가·착공마저 연쇄 감소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높은 비용, 자금조달 어려움, 정책 불확실성, 지역별 청약수요 차이 등이 맞물리며 올해 신규 아파트 분양이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 논란으로 경기둔화와 함께 기준금리 인하 시점마저 지연되는 상태라 당분간 아파트 분양시장은 저조한 공급 속 고분양가와 미분양 적체란 삼중고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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