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혁신 경제 이끌 핵심소재로 ‘그래핀’ 부상”

“발열·반도체·에너지 전 영역에 적용…차세대 치료제 가능성도”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주목받아 온 첨단기술들이 AI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그래핀이 초혁신 경제를 이끌 차세대 핵심소재로 부상하고 있다원자 한 층 두께의 탄소 소재인 그래핀은 기존 물질과는 차원이 다른 전기··기계적 성능을 바탕으로 제조업에너지반도체바이오 등 광범위한 산업에서 혁신을 촉발할 플랫폼 소재로 평가된다.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기획재정부와 산업연구원이 최근 개최한 초혁신경제 포럼에서 그래핀 기술의 현황과 산업 적용 전망을 제시하며, 그래핀은 제조·에너지·바이오·반도체 등 전 산업에 걸쳐 새로운 변화를 촉발할 플랫폼 소재라고 강조했다.

 

최근 그래핀은 생산기술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상용화의 문턱을 넘기 시작했고전 세계 주요국이 차세대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 속도를 높이면서 그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홍 대표는 그래핀 상용화가 본격화되는 현 시점에서 한국이 글로벌 선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나노 기술의 재부상=홍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이 처음 언급된 시기부터 AI와 함께 거론됐던 핵심 분야 중 하나가 나노 기술이었지만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다고 지적했다그는 신소재 그래핀 같은 첨단 나노 소재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 제조업과 인프라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제기돼 왔으며지금이 바로 그 변곡점이라고 설명했다.

 

 

흑연 단층 구조인 그래핀은 노벨물리학상을 이끈 독창적인 물리 특성을 갖고 있다전자 질량이 거의 0에 가까운 디랙 페르미온(Dirac fermion)’ 특성 덕분에 전자 이동도와 전도도가 매우 높고투명성과 유연성발열·방열 성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열전도율은 구리보다 최대 10배 이상 높아 새로운 발열·방열 기술 구현이 가능하며기존 물질과는 다른 물리 법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래핀의 복사열 기반 발열 메커니즘은 기존 히터 기술과 차별화된다전자의 진동을 직접 증폭해 강한 방사형 열을 내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20%에서 40%까지 개선되며푸드테크·뷰티테크·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인장 강도 역시 강철의 200배에 달해 복합재·구조물·항공우주 등 고강도 소재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크다고 했다.

 

발열·반도체·에너지 전 영역에 적용”=홍 대표는 그래핀 응용 분야가 발열·방열을 넘어 반도체 공정, 2차전지 음극재 보강태양광항공·조선 구조재바이오 헬스케어 등 전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과 유럽은 이미 조 단위 투자를 통해 대규모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고부가가치 영역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그는 중국에는 수천 개의 그래핀 기업이 있지만한국은 소수 핵심 기업만 육성해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며, 지금이 그래핀 산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래핀스퀘어가 집중하는 분야는 고부가가치 CVD(화학기상증착그래핀 필름이다세계적으로도 기술 장벽이 높아 소수 기업만 양산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홍 대표는 “CVD 그래핀은 특허 장벽과 품질 관리 난도가 높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유리한 분야라며 국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와 함께 글로벌 우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발열 기술의 경우 전기차 전면유리 성애 방지라이다 센서산업용 웨이퍼 히터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한 사례도 공개했다그래핀 기반 투명 발열체는 CES ‘Best Innovation’ 수상을 계기로 삼성전자 투자를 유치했으며내년 3월에는 배터리 기반 신형 투명 히터를 출시할 계획이다산업용 반도체 히터에서도 균일성·온도 응답성에서 높은 성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복합재·도료 분야에서는 그래핀 첨가를 통해 강도·내식성을 강화하는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으며풍력 발전 블레이드와 같은 대형 구조물에 적용하면 효율이 크게 높아진다기능성 섬유 분야에서는 그래핀 적용 원단이 군용 의료키트에 이미 사용되고 있으며신발 산업에서는 친환경 수계 접착제의 접착력 저하 문제를 그래핀으로 보완해 4만 켤레 이상 판매한 사례도 소개했다.

 

차세대 치료제 가능성도”=홍 대표는 그래핀 센서·반도체 응용·양자 기술 등 중장기 로드맵도 제시했다.

 

그래핀 양자점(GQD)의 경우 파킨슨병·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질환에서 단백질 응집을 억제하거나 역전시키는 동물실험 결과가 확보됐으며서울대 의대와의 공동연구에서 급성·만성 신장염 등 난치성 질환에서도 초기 치료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핀이 발견된 지 20노벨상이 수여된 지 15년 만에 본격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며 초혁신경제 시대에 한국이 그래핀 산업의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도록 정책·투자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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