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끝났는데 상표 안돼…뒷북 권리화 비극

브랜딩 시안 및 개발 단계에서 놓치기 쉬운 5가지 IP 체크리스트③ 

 

변리사님디자인 최종안이 나왔습니다이제 패키지 발주만 넣으면 되는데출원서 제출 준비해 주시죠.”

 

 

수개월간 브랜딩에 공을 들인 마케팅 팀장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합니다하지만 전송된 시안을 확인한 필자의 답변은 차갑습니다.

 

팀장님이 디자인은 상표 등록이 어렵습니다유사한 선행 상표가 있네요.”

 

수화기 너머 짧은 정적이 흐릅니다.

 

출원은 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출원이야 가능하죠하지만 심사관이 선행 유사 상표를 이유로 거절 통지를 보낼 것이 너무 자명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방법이 없나요정 안 되면 상표 출원 안 하고 그냥 쓰면 안 될까요?”

 

권리화를 포기하시는 것과선행 권리자로부터 유사 상표 사용으로 경고장을 받으시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그건 리스크가 아니라 사고니까요.”

 

야심 차게 준비한 로고 심볼이 이미 동종업계의 유명 브랜드와 구도가 겹치거나핵심 디자인 요소가 상표법상 식별력이 없는 형태인 경우입니다이때 들려오는 거절 의견은 단순히 법률적 조언을 넘어기업에는 재앙에 가까운 선고입니다이미 확정된 시안에 맞춰 제작된 수만 개의 패키지홍보 영상굿즈 샘플들은 순식간에 예쁜 쓰레기가 될 위기에 처합니다디자인 수정에 드는 추가 비용은 차치하더라도출시 일정 지연에 따른 시장 선점 기회 상실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매몰비용(Sunk Cost)이 됩니다.

 

 

네이밍 단계가 브랜드의 이름을 정하는 과정이었다면디자인 단계는 브랜드에 얼굴을 입히는 과정입니다많은 기업이 디자인이 완벽히 확정된 후 마지막 단계에서야 상표 출원을 고민하지만실무적으로 이는 가장 위험한 뒷북’ 전략입니다브랜딩 시안이 오가는 창의성의 시간이야말로법률적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가장 치열한 전략적 구간이어야 합니다.

 

성공적인 브랜딩은 심미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법적 영속성이 담보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출시 직전의 비극을 막기 위해브랜딩 시안 및 개발 단계에서 실무자가 반드시 챙겨야 할 5가지 IP 체크리스트를 짚어봅니다.

 

1. [Visual Search] 글자가 아닌 이미지(도형)’의 유사성을 걸러내라

 

네이밍 단계에서 텍스트’ 검색을 마쳤다면디자인 단계에서는 도형(심볼)의 외관을 따져야 합니다상표법은 문자가 다르더라도 로고의 구도표현 방식전체적인 인상이 비슷해 소비자가 혼동할 우려가 있다면 침해로 판단합니다단순히 우리는 알파벳이 다르다는 주장만으로는 디자인 저작권과 상표권 분쟁을 피해 가기 어렵습니다.

 

 

 

2. [Strategic Filing] 분리 출원브랜드 리뉴얼을 위한 가장 확실한 보험

 

로고 디자인 시안이 확정되면 이를 문자 따로로고 이미지 따로’ 분리해서 출원할지아니면 하나로 합친 결합형으로 출원할지 결정해야 합니다이는 단순히 출원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브랜드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고도의 경영 전략입니다.

 

3. [License] 폰트 라이선스, ‘상업용 무료의 함정을 피하라

 

외주 에이전시를 통해 BI를 개발할 때 가장 흔히 발생하는 사고 중 하나가 폰트(서체저작권 분쟁입니다제작사가 무료 폰트를 썼으니 괜찮다라고 말해도그 무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4. [Ownership] “잔금 치렀으니 내 것?” 계약서를 다시 보라

 

상표권은 출원인이 가질 수 있어도그 로고에 관한 저작권은 별개의 문제입니다저작권법상 특약이 없는 한 창작자(에이전시)에게 원천적인 권리가 귀속되기 때문입니다. “돈을 줬으니 당연히 우리 것 아닌가라는 안일한 생각이 추후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5. [Future-Proof] 현재의 제품이 아닌 미래의 영토를 설계하라

 

디자인 시안이 확정되는 순간실무자는 지금 무엇을 파는가가 아니라 앞으로 이 로고를 어디까지 붙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브랜드가 성공하면 카테고리 확장은 필연적이며준비되지 않은 영토 확장은 상표권 알박기의 타깃이 되기 십상입니다.

 

 

 

브랜드 권리화 타이밍다음 단계로

 

디자인의 창의성과 법률적 안전성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뤘다면이제 브랜드는 세상에 나갈 출생신고를 마친 셈입니다하지만 단순히 서류를 접수했다고 해서 곧바로 배타적인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권리화 타이밍의 세 번째 구간, ‘출원과 심사·공고 기간에 발생하는 실무적 변수들을 다룹니다특허청의 거절이유 통지(의견제출통지서)를 브랜드의 독점력을 높이는 기회로 바꾸는 법부터등록 직전 제3자가 던지는 이의신청을 방어하는 전략까지브랜드를 최종 등록지라는 안전한 항구에 무사히 안착시키는 노하우를 소개하겠습니다(중기이코노미 객원=서유경 법률사무소 아티스 대표변호사·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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